수백억원 들인 LCD 기술 중국으로 넘어갈 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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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수백억원을 들여 개발한 첨단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기 직전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공조수사로 차단됐다. 이 기술이 유출됐을 경우 국내 업계가 입게 될 피해액은 수천억원 가량인 것으로 국정원 산업기술보호센터는 추산했다.

수원지검 형사4부는 16일 자신이 근무했던 회사의 박막액정디스플레이(TFT-LCD) 핵심기술을 빼내 중국에 현지공장을 설립하려 한 혐의(영업비밀보호법 위반)로 S사 전 직원 박모(44)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씨에게 S사가 보유 중이던 TFT-LCD 컬러필터 등의 핵심 기술을 건네준 혐의로 이 회사 전직 연구원 배모(39)씨도 불구속 입건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 LCD개발과장을 하다 1997년 퇴직한 박씨는 지난해 1월 "수억대의 연봉을 줄 테니 같이 일하자"고 설득해 현직 연구원이던 배씨를 스카우트했다. 배씨는 퇴사하면서 TFT-LCD 컬러필터 등을 고급화할 수 있는 핵심 기술 자료를 빼내 박씨에게 건넸고 박씨는 이를 중국으로 빼돌리려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씨는 특히 빼돌린 기술을 이용, 중국 광둥성에 TFT-LCD 현지 제조공장을 세우는 이른바 '심천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박씨가 배씨 외에 현직 연구원 지모(38)씨에게도 접근해 LCD 공장 설립에 필요한 도면과 배치도, LCD제품의 불량률을 줄이는 방안 등 고급화 기술에 대한 자료를 요청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두 사람을 포함해 박씨가 고액연봉 제의와 함께 스카우트 제의를 한 전.현직 핵심 연구원이 10여 명에 이른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로 유출된 첨단 기술이 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박씨가 이번에 유출하려 했던 기술은 휴대전화 및 디지털 카메라 액정화면에 들어가는 4세대와 5세대 첨단기술이다.

검찰은 특히 박씨가 스카우트하려던 연구원들이 LCD제품 40인치대 대형화 기술인 6세대와 7세대 TFT-LCD 전문가들인 점에 주목하고 있다. 7세대 제품은 현재 세계시장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제품이며, S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5.3%이다. 이 제품 연구개발에만 2600억여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 업체는 TFT-LCD 컬러필터로만 지난해 약 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국정원은 2004년에도 LG의 TFT-LCD 기술을 대만으로 유출하려 했던 연구원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와 공조수사해 기술 유출을 막았었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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