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판 '만리장성' 국경장벽 "비용 12조 6350억원…임기내 완공 어려워"

중앙일보

입력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 중 하나인 '미국-멕시코 장벽 설치'에 대해 "당장 시작해도 첫 임기내 완공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 돈으로 장벽을 짓겠다"던 당초 공약을 수정해 "먼저 연방 예산으로 건설하고 이후 멕시코에게 돈을 받겠다"고 밝힌 바 있다. 즉각 장벽 건설에 나서기 위해선 먼저 자국의 자금으로 건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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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이같은 주장에 벽을 완공하는 데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금이 막대한 만큼 '트럼프 판 만리장성'이라는 비난도 나오는 상황. 이런 가운데 미국 CNN은 현지시간 7일, 장벽 건설 문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현실적인 분석을 공개했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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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멕시코의 국경 길이는 1954마일(약 3145km)에 달한다. 벽의 높이는 최소 20피트(약 6m)에 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불법 이민자들을 통제하려면 벽을 위로만 쌓아 올려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실제, 철조망 아래 땅을 파고 드나드는 경우도 발생하는 만큼 땅 속 5피트(약 152cm) 깊이까지 막혀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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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먼저 벽 건설에 흔히 쓰이는 콘크리트 블록을 활용한 벽 건설을 타진해봤다. 견고하고 내구성이 좋으며 대량으로 공수하기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땅속부터 쌓아올리기엔 비용과 시간, 투입되는 인력 등의 문제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는 콘크리트 타설벽도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전망됐다. 댐 건설 등에 쓰일 만큼 대규모의 장벽 건설에 적합하고,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단순하고도 빠른 작업이 장점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경지역의 고온건조한 날씨가 장벽의 '장벽'인 것으로 드러났다. 충분히 경화될 시간 없이 건조가 이뤄져 금방 무너져내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여러 환경을 고려했을 때, 전문가들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이 벽의 재료로 가장 적합하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패널은 흔히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로도 사용되는데, 미리 만들어진 콘크리트 패널들을 5피트 깊이의 땅에 일렬로 박는 것이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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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비용과 시간이었다. 총 높이 6m, 폭 3m, 두께 20cm의 패널을 3천여km 가량 세워놓고, 패널 사이 강철 보강재를 끼우는 데에 드는 비용은 105억 6천만 달러(약 12조 635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이 비용을 멕시코가 과연 충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방 세금을 먼저 투입한다 하더라도 보통 액수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전문가들은 "당장 시작해 하루도 쉬지 않고 작업을 한다면 정확히 '4년'이 걸린다"고 분석했다. 실질적으로 트럼프의 첫 임기 4년 사이에 장벽이 완공된 모습은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진 CNN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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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새 대통령 취임에 앞서 먼저 개원한 미 의회의 공화당은 트럼프의 장벽 건설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2006년 부시 정부 시절 통과된 국경장벽설치법에 따르면, 장벽 건설을 연방 예산으로 추진하는 데에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또, 트럼프 인수위 측은 추후 멕시코에 장벽 건설 비용 부담을 압박하기 위해 관세나 비자발급 비용, 국경통과 비용 인상 등 다양한 '채찍'을 구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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