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패션 감각 뛰어난 ‘유통 전사’ 찾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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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롯데쇼핑 직원 김세철·진승현·한수경·김연진(왼쪽부터)씨가 백화점 매장에 전시된 의류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입사 2~5년차인 이들은 "유통업체는 신선한 아이디어와 톡톡 튀는 감각을 필요로 하는 직장"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진=신인섭 기자]

"점잖고 보수적인 기업 문화일 줄 알았는데 '마라톤'까지 시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지난해 7월 롯데쇼핑㈜에 입사한 박혜윤(28)씨의 말이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으로 마라톤을 실시한다. 진짜 경기처럼 42㎞를 달리는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12개 점포 중 일부를 7시간 내에 방문해야 한다. 신입사원 5~6명이 한 팀을 이뤄 점포에서 '베스트 포즈로 사진 찍기', '정문에서 고객들에게 인사하기' 등의 과제를 수행한다. 경쟁 백화점을 2곳 이상 찾는 것도 필수다. 이 프로그램을 만든 이유에 대해 롯데백화점 장수현 인사팀장은 "직원들 간의 단합과 고객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이런 마라톤 이벤트는 롯데쇼핑이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예다. 롯데쇼핑은 그동안 업계에서 군대풍의 관료 조직 분위기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최근 들어 이 같은 딱딱한 조직 기풍이 바뀌고 있다. 여직원 비율도 늘고 술자리를 강요하던 회식 문화도 사라졌다. 그렇다고 운영 방침이 바뀐 것은 아니다. 롯데백화점 경영지원팀 정기석 전무는 "조직 내에선 단합, 고객에게는 서비스가 중요하다는 것은 똑같다"고 강조했다.

◆'보수풍'을 벗는다=롯데쇼핑은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백화점은 업계 1위, 할인점은 3위를 차지한다. 2006년은 롯데쇼핑에 중요한 해가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오랫동안 비공개를 고집해오다 다음달 서울과 런던의 증권 시장에 상장한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모은 뒤 신규 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연말에는 롯데백화점 모스크바점도 연다. 할인점 롯데마트도 적극적으로 키우고 있다. 할인점 매장 수를 지난해 말 43개에서 2010년 100여 개까지 늘린다는 방침이다. 롯데마트의 의욕적 투자 때문에 채용 인원도 할인점 부문이 더 많다. 지난해 백화점 부문은 신입사원 60명을 뽑았고 롯데마트는 171명을 채용했다. 롯데마트 부문 이인철 인사팀장은 "올해는 지난해보다 할인점 부문 신입사원을 더 많이 뽑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직 분위기도 유연해져=롯데쇼핑 직원들은 여직원이 늘어나면서 회사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롯데쇼핑 신입사원 231명 중 절반가량(115명)이 여성이었다. 롯데백화점 정동혁 여성캐주얼 매입팀장은 "몇 년 전까지만도 여직원이 손에 꼽을 만큼 적었다"며 "지금 팀 내 여직원 비율이 30% 정도로 늘었다"고 말했다. 입사 4년차인 진승현(34) 계장은 "과거에는 상명하달식 조직 문화였다면 지금은 후배한테도 존댓말을 쓰는 등 상호 존중 문화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상사 눈치 보느라 쓸데없이 하던 야근이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여성 소비자가 많은 유통업체 특성상 여직원들에게 더 유리한 부분도 있다. 2004년 1월 롯데쇼핑에 입사한 김연진(25)씨는 "유통업체에 여직원이 적다는 말을 듣고 입사 전에 적잖이 걱정했지만, 오히려 일을 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 아이디어를 낸다고 칭찬받는 일이 많았다"고 밝혔다. 입사 2년차 한수경(25)씨는 "납품업체 직원들을 상대했을 때 부드럽게 요청했더니 상대방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패션·유통 감각 있어야=롯데쇼핑은 상.하반기에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한다. 지원서는 백화점과 할인점 부문으로 나누어 받는다. 서류전형에서는 자기소개서와 자격증, 외국어 성적, 봉사활동 경력 등을 평가한다. 백화점 부문은 지난해부터 패션 관련 전공자에게 가산점을 준다. 1차 면접에서도 이들을 별도로 분류해 전형을 진행한다. 지난해 7월 입사한 신예지(26)씨는 "면접에서 좋아하는 패션 디자이너와 내년 봄 유행 색상을 꼽아보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장수현 인사팀장은 "다른 백화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패션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전공자들에게는 고객 서비스 및 기업 전략과 관련된 질문이 많다. "고객이 일주일 전 구입한 옷을 이유 없이 환불해달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주 5일 근무제를 마케팅에 활용할 방법을 설명하라"는 질문 등이 그 예다. 롯데마트 인사팀 박세호 과장은 "조직 적응 가능성과 지원자의 도덕성도 비중 있게 평가한다"며 "유통업에 대한 아이디어나 비전이 있으면 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홍주연 기자 <jdream@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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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연봉이 경쟁사보다 적다고 하던데요.

A:몇 년 전까지 롯데쇼핑 직원들의 보수가 경쟁사보다 적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신입사원들이 경쟁업체와 비슷하게 보수를 받는다. 지난해 기준 신입사원 평균 연봉은 2700만원 정도였다. 올해 1월부터는 신입사원 연봉이 조금 더 올라 2900만원이 됐다. 승진할수록 임금 상승 폭은 적은 편이다. 임원들은 경쟁사보다 많이 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Q:매장 판매사원들은 다 백화점.할인점 직원인가요.

A:백화점 및 할인점 매장에는 본사 직원과 협력업체 사원, 아르바이트 직원 등이 섞여 있다. 백화점이나 할인점 소속 직원들은 판매 부문별 매출을 관리하는 '파트매니저'와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판매 직원,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직원 등이 있다. 의류 매장에서 옷을 파는 사람들의 상당수는 해당 의류업체에 소속된 직원들이다.

Q:입사해서 해당 업무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나요.

A:우리 회사는 직원들을 한 부서에서 일정기간까지만 일하게 하고 있다. 한 부서에서 너무 오래 근무하면 긴장이 풀어지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직원들이 부서를 옮기더라도 같은 부문 내에서 이동하는 일이 잦다. 본사 식품 부문 매입 담당 직원이 이 부문 지점 영업팀으로 옮기는 것이 그중 하나다.

Q:직원들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나요.

A:백화점 정규직 직원들은 백화점 상품을 1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직원들이 롯데마트에서 물건을 사거나 롯데그룹 계열사 제품을 구입할 때도 일부 할인 혜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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