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혁의창업 길라잡이] 8. 우연한 성공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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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준혁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 겸 FCG코리아 대표

우리나라의 자영업 비율은 29%라 한다. 미국은 6%, 일본은 11%다. 오랜 경기침체, 조기 퇴직과 청년 실업이 만들어낸 결과다. 매년 50여 만 명이 새로 창업한다. 프랜차이즈는 1600여 업체가 있다. 가맹점 수는 12만 개를 넘는다. 이 중 외식업이 42.5%를 차지한다. 식당 10곳 중 7곳은 창업 후 2년 안에 문을 닫는다. 이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회사를 떠나면서 많은 사람이 먹는 장사부터 생각한다. 이런 사람들을 겨냥한 프랜차이즈가 널려 있다. 무보증.무담보 창업대출을 내걸기도 해 귀가 솔깃하다. 그러나 말처럼 조건 없는 대출은 많지 않다. 만일 해준다 해도 빚을 내 차별성도 없는 식당을 창업하는 것은 위험하다.

우리의 냄비근성은 식당 창업에도 드러난다. 찜닭이 유행하면 수백 개의 찜닭집이 생긴다. 묵은지 김치가 뜨면 모든 식당에 묵은지 메뉴가 생긴다. 유행병처럼 전국을 휩쓸고 나면 도산하는 자영업자만 남는다.

프랜차이즈는 선진 시스템이다. 본사가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준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표준화된 음식 재료를 주고, 광고로 브랜드파워를 키우고, 운영 시스템과 관리 매뉴얼을 알려준다.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로 성공한 본사와 가맹점주 얘기가 많이 들린다. 그러나 업체의 투명성과 건전성, 인력 양성, 교육, 메뉴 개발 등이 보장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런 저런 업종과 그럴듯한 무담보 대출로 가맹점 늘리기에만 열 올리는 업체를 믿고 덜컥 계약해서는 안 된다. 가맹점 수와 가입 조건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업종의 상품 생명 주기(라이프 사이클)를 고려해야 한다. 본사의 신뢰성 여부를 꼼꼼히 조사하는 것도 필수다. 대표자와 임직원의 약력, 재무 상태, 기존 가맹점주의 본사에 대한 평가, 메뉴의 독창성.대중성, 고객의 가격 만족도, 물류 체계 등을 따져야 한다.

또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창업해서는 안 된다. 돈이 모자라면 유명 식당의 직원으로도 들어가 경영 노하우를 배우고 창업 자금을 마련하는 게 좋다. 서울 신림동 대여섯 평짜리 보쌈집과 동네 골목 조그만 치킨 배달점을 연 뒤 한 명의 고객에게도 최선을 다해 국내 최고의 프랜차이즈 업체로 키워낸 놀부보쌈 김순진 사장과 제너시스 윤홍근 회장의 성공신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공을 하고 싶으면 먼저 전문가가 돼야 한다. 인구 50명당 식당 한 곳인 나라에서 프랜차이즈 광고 한 줄에 모든 것을 거는 자세는 위험하다. 끊임없이 발품을 팔고, 창업 사이트를 검색해야 한다. 손에 물집이 수십 번 잡힐 때까지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 우연한 성공은 없다.

이준혁 상지대 관광학부 교수 겸 FCG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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