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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만의 긴장|수입 원유의 60% 통과지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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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페르시아만이 다시 세계평화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이 이 해역에서 민간유조선 보호를 위해 해군력을 집결시키는데 대한소련의 경고로 문제는 더욱 심각해 졌다.
미국은 페르시아만에서의 모든 외국 군사력의 철수를 요구한 소련의 제의를 묵살하고 당초 계획대로 쿠웨이트 유조선 보호를 위해 첨단기술로 장비된 군함 8척과 항공기 7대를 파견키로했다.
소련은 미해군이 페르시아만에 계속 주둔하면 세계대전을 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마치 「케네디」와 「흐루시초프」가 대결했던 62년10월의 쿠바위기를 다시 보는 느낌이다.
아직은 미소가 직접 군사충돌할 것으로는 예상되지 않지만 이지역의 중요성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중동은 역내 사정이 복잡하고 미소의 세계전략선이 교차하는데다 세계 경제를 지탱해 주는 산유지역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서방세계의 원유는 미국 20%, 유럽 60%,일본 90%다. 그 때문에 영국과 미국은 이 해협이 봉쇄되는 사태가 오면 무력개입도 불사할 뜻을 오래전부터 표명해 뫘다.
우리의 수입원유 60%도 이 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을 끼고 있는 이란-이라크와 아라비아 반도의 여러 나라에도 우리 기업인, 기술자, 상인등 수만명이 나가 있다.
페르시아만이 봉쇄되는 날이면 유가인상도 불가피하다. 더구나 OPEC 석유값이 앞으로 25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시기에 페르시아만 위기가 겹쳐 있다.
세계 모든 나라의 이익이 걸러있는 페르시아만의 위기는 두말할 것도 없이 이란-이라크전쟁에서 오고 있다.
두 교전국은 이 해역을 항해하는 비군사적 민간 선박에 대해서까지 미사일 공격을 가해 이미 100여척이 침몰됐다.
따라서 이란-이라크 전쟁의 종결만이 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수 있다. 물론 이 전쟁은 타협을 모르는 종교적 교조주의자 「호메이니」가 생존해 있는한 평화적 해결은 어려울지 모른다.
그러나 전쟁은 국가행위이고, 국가는 국제적인 역관계안에서 행동하게 돼있다. 따라서 이 지역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갖는 미소의 공동노력만 있다면 종전이 그렇게 비관적인것도 아니다.
마침 「고르바초프」 등장이래 소련은 보다 개방적인 세계정책을 펴고 있다.
특히 중동의 인접국가들에 대해서 적극적인 접근정책을 펴고 있다. 이같은 소련의 외교노선은 이란-이라크전의 평화적 해결을 시도해 볼수 있는 좋은 계기다.
그런 점에서 85년 제네바 미소 정상회담에서 합의됐으나 아직 실현되지 않고있는 제2차 정상회담이 열려 중동위기를 본격적으로 다뤄 주길 기대한다. 페르시아만 위기의 해결없이는 세계평화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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