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의 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정치가의 첫째 요건은 정직이다. 부정직한 정치가의 불행은 두꺼운 역사책을 뒤적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찾을수 있다.
우리의 짧은 헌정사에서도 누구 누구 이름을 꼽을 필요도 없이 불행했던 정치가들은 예외없이 부정직했다. 그것이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흥미있는 사실은 정치가들이 정직하다고 믿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것이다. 「흐루시초프」는 1960년6월 유엔을 방문해서 기자들과 만나 이런 호언을 했다.
『정치인은 어디서나 다 똑 같다. 그들은 강이 없는 곳에도 다리를 건설해준다고 약속한다. 「그들」 속에는 「흐루시초프」 자신도 포함되리라. 「드골」도 1962년10월1일자 뉴스위크지와의 회견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정치인은 자기가 말하는 것을 결코 믿지 않기때문에 타인이 자기를 믿으면 깜짝 놀란다. 미국 국민은 「닉슨」대통령이 워터게이트사건에서 거짓말을 했다고 끝내 그 자리에서 쫓아냈다.「카터」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 『평생 교회의 헌금 1센트를 훔쳐본것 말고는 거짓 행위를 한적이 없노라』고 했다. 그는 그덕에 대통령이 되었다.
그런 미국에서도 일찌기 「L·M·하우」같은 학자(콜럼비아대학)는 『정치를 직업으로 택하고 정직할수는 없다』고 체념하는 말을 했다.
1860년대의 미국은 「링컨」대통령을 탄생시킨 연대다. 「링컨」이야말로 신의와 신념의 정치인이다. 바로 그 무렵 「웬넬·필립스」(노예페지론자)는 정치인이 정직할수 있는 조건을 제시했다.
『미국의 정치가는 70살이 넘거나 대통령직을 포기하고 난 다음에야 진실을 얘기하는 것을 볼수 있다. 차라리 그점에서는「윈스턴·처칠」의 얘기가 호감이 간다. 하루는 신문기자가 그에게 정치가의 조건을 물었다.『무엇보다도 내주, 내월, 내년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를 예언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하고 후일 그 예언이 맞지 않은 이유를 설명할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네. 우리는 요즘 정치가들의 별의별 얘기를 다 듣고 있다.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를 망설이면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