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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에 막혀 비대위 출범도 못해…인명진 “집사람이 짐 싸 오라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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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선임하기 위해 6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왼쪽)은 이날 회의가 무산된 뒤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가를 국민 여러분에게 낱낱이 보여주는 사태”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정우택 원내대표. [사진 강정현 기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선임하기 위해 6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상임전국위원회가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왼쪽)은 이날 회의가 무산된 뒤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가를 국민 여러분에게 낱낱이 보여주는 사태”라고 말했다. 오른쪽은 정우택 원내대표. [사진 강정현 기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위해 소집된 당 상임전국위가 6일 친박계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이에 따라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인적 청산 작업도 타격을 입게 됐다.

친박, 전국위원 접촉해 불참 설득
상임전국위 정족수 못채워 무산
서청원 “탈당 압박에 법적 대응”

상임전국위 조기 소집은 인 위원장의 승부수였다. 인적 청산의 핵심 대상으로 꼽히고 있는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인 위원장은 인적 청산 뒤 비대위를 구성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이날 상임전국위를 소집했다. 상임전국위 의결로 비대위를 구성하면 비대위는 당 윤리위원을 인선할 수 있다. 그런 뒤 윤리위에서 서·최 의원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아 ‘당원권 정지’나 ‘탈당 권유’를 통해 두 사람을 내보내는 수순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상임전국위가 열린다는 소식이 전날 밤 알려지자 친박계가 상임전국위원을 개별적으로 접촉하며 실력행사에 나선 것으로 인 위원장 측은 보고 있다. 친박계가 51명의 상임전국위원 중 친분이 있는 인사들에게 회의 불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상임전국위원들은 국회 경내까지 왔지만 본관 회의장엔 들어가지 않았다. 당초 오후 2시 예정됐던 회의는 참석인원이 모자라 1시간40분 동안 열리지 못했다. 원내 지도부는 불참자들과 접촉해 회의 출석을 설득했지만 의결정족수(26명)에 2명이 부족한 24명밖에 모이지 않아 결국 회의가 불발됐다.

인 위원장은 회의 무산 뒤 “나라를 망친 패거리 정치의 민낯이 어떤가를 국민 여러분에게 낱낱이 보여주는 사태”라고 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당의 개혁과 쇄신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 아직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의 방해가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며 “다음 주에 상임전국위를 다시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서·최 의원 등을 배후 세력으로 지목한 것이다.

하지만 최 의원 측은 “우리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고, 최 의원은 전화도 꺼놨다”고 반박했다. 서 의원은 전국위 무산 후 "탈당 압박은 정당법의 탈당 강요”라며 "법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인 위원장은 이날까지 소속 의원들의 ‘백지위임장’을 받은 뒤 8일 인적 쇄신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대위 출범이 무산되면서 8일 쇄신안 발표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인적 청산이 계속 지연될 경우 인 위원장이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우리 집사람이 짐 싸가지고 오라 그런다. 짐이 없어서 안 가져가기도 하고, 빈손으로 가기도 하고 그렇다”는 묘한 말을 남겼다.

글=허진·백민경 기자 bim@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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