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아이들 생각 쑥 자라게 하는 엉뚱한 공상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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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뻔한 교훈을 주는 어린이책이 지나치게 많다. 손을 안 닦으면 병에 걸리고, 편식을 하면 기운이 없어 놀지 못하게 된다는 식의 내용을 담은 책들이다.

하지만 『친구가 있어, 앞으로 앞으로!』(레인 스미스 글·그림, 김경연 옮김, 문학동네, 40쪽, 1만2800원)는 단순하다. 숲속인지 바닷가인지 알 수 없는 한 장소에서 이름도 정해지지 않는 작은 소년이 길을 떠난다. 산양도 만나고 펭귄과 춤도 추고 해파리 떼와 헤엄도 친다. 졸리면 자고 비가 오면 맞는다.

목적이 없어보이는 이 여정은 조개껍질을 따라가보니 많은 친구가 나타나는 장면으로 끝난다. 초록 풀로 옷을 지어입은 아이들은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그게 끝이다. 보는 사람마다 다른 의미 부여를 할 수 있는 이야기와 그림이다. 받는 느낌도 다 다를 것이다. 무언가를 계속 배우고 주입받을 때보다 혼자 멍하니 엉뚱한 공상을 할 때 아이들이 더 많이 자란다는 걸 믿는다면, 이 책이 그 믿음을 지지해줄 듯하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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