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신앙양심 실천사회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역대 정권은 정치적 혼란기와 변동기마다 특별조치나 선언등을 발표한 후 종교단체 지도자들에게 매스컴을 통하여 그 조치와 선언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도록 보이지 않게 강요하고 종교단체대표들은 권력에 굴종, 타협하여 지지성명을 발표하는 일들이 30여년 전부터 최근까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지지성명 내용이 절대 다수 국민들의 의사에 위반되었을 때는 지지를 강요한 측이나 지지성명을 발표한 종교지도자들은 일반국민들로부터 강한 불신을 받아왔다. 특히 종교지도자들은 자기종교의 신도들 앞에 서 있을 자리마저 잃어버리고 만다.
앞으로 정권담당자들은 종교지도자들을 정권의 들러리나 예속화를 시키지 말아야 하며 종교지도자들은 정치권력에 굴종, 아부치 말고 정치로부터 초연한 위치에 서서 국민의 뜻을 받들고 대중을 정신적으로 계도하는 자세를 갖춰야한다.
또 헌법정신에 입각한 정교분리와 선교의 자유를 명실상부하게 보장해주고 스스로 지켜가는 정부와 종교단체간의 위상을 재정립해야할 것이다.
민주화 시대가 아직 되지도 아니했고, 또 민주화시대가 되었다 해서 천국화가 되는 것도 아니다.
종교는 어느 시대에나 불의와 죄악을 지적하고 도덕성을 강조한다. 우리가 바라는 민주화는 선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것이다.
정부가 종교의 자유나 선교의 자유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신앙과 선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인간의 기본권에 속한다.
민주헌법 개헌에는 종교의 자유 속에 종교교육의 자유까지 포함시켜야 한다. 기독교 학교에서 기독교 교육을 자유롭게 할 수 없는 국가교육제도는 종교탄압이며 선교침해인 것이다. 그리고 기독교 언론과 집회의 자유가 제한된 사회에선 선교의 자유와 신앙의 자유가 국가에 의해 제한된다 하겠다.
비록 헌법에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해도「언기법」과 「집시법」에 의해 종교의 자유가 탄압되는 위헌적인 모순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해야할 것이다. 민주화시대는 어떤 인간이나 이데올로기를 절대화시키는 우상숭배가 발생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취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찰과 기관에 의해 행해진 종교사찰, 종교인 감시, 연금, 구속 등의 방식으로 신앙 양심에 따른 종교인들의 행동을 규제, 억압하던 못된 구습은 벗어버려야 한다.
기도나 설교의 내용을 문제삼아 구속되는 일도 다시는 없어야 한다.
정부를 비호하는 교회나 교단이나 종단은 그렇지 않은 쪽보다 행정적 혜택을 받기 쉽다는 인상을 주는 일도 없어야 한다.
신앙생활은 하느님을 공경하는 예배와 이웃을 향한 봉사의 생활이라는 양면적 책임을 동반한다.
그러므로 예배의 자유는 있어도 이웃의 삶을 위한 자기헌신의 기회를 제한 받는다면 이것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상대가 아니다.
그러므로 민주화 과정에서는 종교인들이 이 사회속에서 가난과 억압의 악순환을 멈추는데 이바지할 수 있도록, 사회속의 온갖 불의한 일들을 척결하는데 이바지 할 수 있도록, 악령의 지배를 받는 이들을 회개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신앙양심에 따른 삵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