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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 첨단 산업에 맹공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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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동경∥최철주 특파원】도시바(동지) 기계의 COCOM(EO공산권수출 통제위원회) 위반사건으로 도시바의 사장과 회장이 이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는 등 그룹전체의 경영이 흔들리고 있으나 미국의 도시바에 대한 공격은 계속 거세지고 있다.
미상원이 최근 도시바 제품을 2∼5년간 수입금지시키는 조항을 증합무역법안에 포함시키자는 제안을 가결한 데 이어 하원도 이같은 제재조치를 서두르고 있어 일본경제계가 안절부절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도시바 기계가 소련·중공·북한을 포함한 14개 공산권국가에 대해 1년간 수출을 못하도록 행정처분을 내렸으며 COCOM 위반사건의 벌칙을 강화하는 방안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측의 이같은 『최대의 사죄와 반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도시바와의 거액상담을 중단시키고 구매계약취소, 기술제공 지연, 도시바제품 불매운동으로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이러다가는 50개사에 이르는 도시바그룹의 대미수출(작년 수출액 3천5백억엔이 파탄이 날 지경이 됐다.
일경제계는 도시바 이외에 또 어떤 ㄱ업이 그같은 『혹독한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고 대미 불신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의원들이 도시바를 『자유 우방국가의 배반자이며 역적일뿐만 아니라 전시의 총살감』이라고 매도하는 이유에 대해서 일업계는 『일본을 두들겨 패기 위한 미국의 의도적인 계획』이라고 비난하며 격분하고 있다.
도시바 기계가 소련에 수출한 공작기계는 소련의 신예 원자력 잠수함의 스크루제조에 쓰였다. 이에 미국은 일본의 첨단기술제품 이용으로 소잠수함의 스크루 소음이 크게 줄어들어 추적이 불가능해졌다고 일본의 배신적 상행위를 비난했다.
일본정부는 도시바 기계가 문제의 공작기계 4대를 수출한 것은 82∼83년이나 실제로 소련이 스크루 소음이 저음화된 잠수함을 진수시킨 것은 이보다 전인 81∼84년이라고 주장, 도시바의 대소부정수출은 잘못된 것이긴 하나 그것이 소잠수함 스크루의 저음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일정부는 반박하고 있다.
일본이 대미무역 덩치가 커지고 첨단기술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미국의 대일견제가 지나치게 거칠게 나타나고 있다고 일기업들은 앙앙불락하고 있다.
금년들어서 일후지쓰(부사통)의 미페어차일드 사 매입이 불발로 끝난 것은 미하이테크산업에 일본의 참여를 거부한 미국의 안전보장상의 문제 때문이며 뒤이어 있은 미국의 대일반도체 보복의 배경에도 일본에 져서는 안되는 최후의 전략상품으로서 미반도체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건도 일본을 대표하는 첨단기업인 도시바를 견제하려는 일련의 시나리오라고 일업계의 소식통들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기업의 집중호우식 대미수출을 시정하지 않거나 시장점유 제1주의 또는 첨단기술 선두주자로 계속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미국의 냉혹한 공격은 언제라도 결행될 것이 분명하다. 도시바 다음에 또 어느 일본기업이 미국의 공격목표가 될 것인가 하고 일업계는 불안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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