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울상… 레저업 짭잘|서머타임 실시 두달… 달라진 풍속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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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26년만에 부활된 서머타임제(일광절약시간제)가 실시된지 두달이 지났다.
서머타임제 실시로 아침시간이 쪼들리고 일과후 여유시간은 크게 늘어나면서 생활패턴에도 적잖은 변화가 왔다. 업종에 따라 장사가 잘되는 것과 안되는 것의 명암이 뚜렷해 진것도 변화중의 하나다.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곳은 술집들. 7시가 넘어 퇴근을 해도 날이 워낙 밝아 술마시기가 쑥스럽다고 회사원들은 말한다. 그러잖아도 여름철이 비수기인 술집들은 최근 매상이 지난봄과 비교해 평균 30%는 줄었다고 울상이다. 특히 카바레나 나이트클럽의 경우 밤10시가 돼도 빈좌석이 즐비하다. 그래서 이들 업소들은 서머타임으로 사실상 영업시간이 단축됐다면서 관할세무서에 과표를 줄여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AIDS공포로 이미 손님들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태원의 업소들은 서머타임제 실시와 더불어 그야말로 파리만 날리고 있다고 푸념.
아침시간이면 붐비던 회사근처의 외국어학원이나 요가수련장·자동차학원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아침수강생이 크게 준 반면 저녁반 강의가 붐을 이룬다.
종로3가 S학원의 경우 아침반 수강생 40%가 저녁반으로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이나 스포츠·레저쪽의 업소들이 톡톡히 재미보고 있는것도 빼놓을 수 없다.
국세청은 서머타임 호황업종으로 헬드클럽·볼링장·실내골프장·사우나·실내수영장등 5개를 꼽고 이들 업종에 대해서는 이달중의 1기분부가세 확정신고때 신고지도를 크게 강화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들 5개업종 중에서도 특히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어난 곳은 볼링장. S증권사의 볼링클럽은 만들어진지 1년이 넘었으나 이용할 시간이 적어 활동이 미미했었는데 서머타임으로 퇴근후 여유시간이 많이 생기자 요즘은1주일에 평균 2회씩은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YMCA볼링장도 하오7시 이후 찾아오는 사람이 그전보다 약40%는 늘어 밤11시가 돼도 좀처럼 빈 레인을 찾아보기 힘들다.
30개 레인을 갖춘 대형볼링장의 경우 하루 이용자가 1천명에 이르러 하루수입금액도 3백만원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헬드클럽과 고급사우나도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40대의 L종합상사 영업부장은 요즘 거래선과의 상담장소를 헬드클럽으로 정할때가 많다고 말한다. 여름철 나른해지는 몸도 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하기에는 헬드클럽이 안성마춤이라는 것이다. 체력단련실은 물론 사우나와 실내수영장까지 갖춘 고급업소들은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수익성도 좋다.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곳곳에 솟아난 고급사우나도 마찬가지. 대개 7천∼9천원의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입장료 수입외 부대시설운영으로도 장삿속을 채운다.
일식집이나 스탠드바를 운영, 맥주한병에 3천원씩 받아도 이용객들이 대부분 돈푼깨나 있는 사람들이라 별다른 불평이 없다는것.
서머타임 전에는 하루 3백∼4백명의 손님이 왔었는데 요즘은 평균5백명에 이른다고 Q사우나종업원은 말한다. 한사람이 1만원씩만 써도 하루수입이 5백만원이 되는셈이다.
고급사우나만 장사가 잘되는건 아니다. 회사가 밀집되어 있는 지역의 샐러리맨을 위한 대중사우나도 인기가 좋다. 서머타임으로 아침잠이 부족한 직장인들이 몰려 종로2가 Y사우나의 경우 하루 3천명이 넘을 때도 있다.
요금은 대개 1천2백∼1천5백원으로 부담이 없고 점심시간이나 퇴근후 약속시간 사이의 짬을 이용할수 있어 대성황을 이룬다.
또 골프인구가 직장인과 여성들까지 확산되는 추세와 더불어 최근 실내골프장을 찾는 발길도 크게 늘었다.
실내수영장·테니스코트에도 수강생들이 몰리고 있다. 물을 가까이하는 계절이온 탓도 있겠지만 면목동 동서울수영장의 경우 수강생을 포함한 하루 입장객이4천명을 넘어 지난 봄보다 10배 이상 늘었다.
주택가 테니스장에도 밤10시가 넘도록 불을 환하게 켜놓고 테니스를 즐기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극장가는 마지막 상영까지 입장객이 붐벼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
그 외에 서머타임이 가져온 「낮시간 문화」를 밤늦게까지 이어 독서를 즐기는 사람도 늘어 요즘서점가에는 소설 및 에세이류가 잘 팔리고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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