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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멕시코 공장 설립 접었다…트럼프 ‘관세 폭탄’에 속속 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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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미국 기업들을 잇따라 굴복시키고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는 3일(현지시간) 멕시코 산루이포토에 예정돼 있던 16억 달러(약 1조9300억원) 규모의 생산 공장 설립 계획을 취소하고 미시건주에 있는 기존 공장에 7억 달러(약 8400억원)를 들여 확장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의 요구대로 기존 계획을 수정한 기업은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과 록히드마틴,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에 이어 네 번째다.

포드는 지난해부터 트럼프로부터 공장 이전을 중지하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지난해 11월엔 켄터키의 링컨 생산 공장을 멕시코로 이전하려던 계획을 취소했지만 가장 규모가 큰 멕시코 공장 설립 계획은 강행할 의사를 밝혔었다. 결정을 바꾼 이유에 대해 포드의 마크 필즈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가 약속한 성장 중심 정책 하에서 미국 제조업에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리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서 “미국은 세계 최고의 혁신과 일자리 창출 무대가 될 것”이라며 포드의 결정을 환영했다.

“기존 미시건주 공장 확장할 것”
트럼프, 과녁 옮겨 GM 압박 나서
일각선 “제품값 뛰어 경쟁력 상실”

그러나 일각에선 포드가 공장 이전을 강행할 경우 트럼프 정부에서 받게 될 각종 불이익을 염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개리 허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트위터에서 말하는대로 휘둘리고 싶어하는 기업인은 내가 알기론 없다”며 “다만 기업들은 법무부·재무부·국세청 등을 거느리는 트럼프가 자신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미 공영라디오(NPR)에 말했다.

포드를 굴복시킨 이날 트럼프는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 칼끝을 돌렸다. 트럼프는 3일 트위터에서 “GM은 멕시코에서 생산한 승용차 쉐보레 크루즈를 미국으로 보내면서 관세를 물지 않는다”며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높은 관세를 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GM은 지난해 6월부터 멕시코 라모스아리스페 공장에서 생산된 쉐보레 크루즈 일부를 미국으로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이에 대해 GM 측은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한 쉐보레 크루즈 19만 대 중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은 2.4%에 불과한 4500대였다”고 항변했다.

뉴욕타임스는 “멕시코의 시간당 임금은 10달러(약 1만2000원) 미만이지만 미국에선 자동차 제조업 종사자의 시간당 임금은 29달러에 달한다. GM이나 포드 같은 자동차 업체들이 미국에서 소형차를 생산해서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임금이 오르면 가격이 상승해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포드 등 미국 업체들이 멕시코에 앞다퉈 공장을 세우고 있는 폭스바겐·도요타 등 해외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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