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보판 가능…생고기 상륙보다 더무서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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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이달부터 돼지고기·닭고기 개방>
이달부터 돼지고기통조림과 닭·칠면조등 가공고기통조림등이 수입자유화됨에 따라 관련 육가공업계는 물론 양돈·양계업체등도 초긴장 상태다.
공산품과는 달리 농·축산물은 품질은 차치하고라도 국내생산비가 워낙 비싸 수입제품과 가격경갱이 매우 어렴다는게 가강큰 문제다.
외제 돼지고기통조림중 국내에서 지명도가 가장 높은 스팸은 이미 제일제당과 라이선스계약을 체결, 직수입품은 들여올수 없는 상태여서 H상사가 독점수입권을 얻은 덴마크제 튤립이 주목을 끌고 있는데 세금과 제반경비, 유통마진등을 모두 합해도 비슷한 종류의 국산제품값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튤립 돼지고기 통조림은 C&F(관세·운임포함) 가격으로 3백4Og짜리가 캔당 56센트여서 여기에 관세 35%,수입부과금5%와 수입업자의 경비·이익금 10% 또 판매업자의 유통마진 4O%와 부가세등을 합해도 국내시판가가 1천88원정도면 되고 마진을 다소 높여도 1천3백∼1천4백윈이면 충분하다. 이는 비슷한 국내제품가가 2천5백원 정도인 것과 비하면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값.
더우기 현재 돼지고기값이 5백9당 1천6백원선이어서 수입통조림은 결국 생고기값과 비슷하다는 얘긴데 이렇게되면 그동안 값이 비싸서 먹지못하던 층의 신규수요까지 유발, 자칫하다가는 통조림시장은 물론 돼지고기시장까지 잠식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관련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자급되는 몇안되는 축산물인 돼지고기를 수입한다는 것부터 문제가 있었지만 설사 개방압력에 밀려 수입을 터주더라도 햄·베이컨등부터 해주는 편이 나았다고 주장한다.
국내육가공제품의 시강규모는 연1천억∼1천1백억원 규모고 이중 캔제품은 1백30억∼1백50억원 정도로 비교적 적은 비중을 차지, 얼핏보면 캔제품부터 터준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이는 속사정을 모르는 것이란 주장이다.
즉 햄·베이컨등은 냉동캉고등에 보관, 제조일로부터 3O일이내에 팔아야되는 까다로운 제품이기 때문에 항공수송을 하지 않는한 선적·항해·검역·유통단계등에 최소 2개욀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수입이 불가능하다는 판단.
이에 비해 캔제품은 3년정도 보관이 가능한데다 일정기간동안은 캔내에서 고기가 숙성돼 오히러 맛도 나아지는 특성을 갖고 있어 장기 판매전략에 따른 수입시판이 가능하다는 것.
7O년대초 일본이 육가공제품을 수입개방하면서 캔제품보다 햄·베이건등을 먼저 터준 이유도 바로 이때문인데 우리가 미국이 캔제품부터 개방을 요구한 속사정도 모르고 시장규모만으로 파급효과를 판단, 용인한 것은 섣부른 짓이었다는 주장이다.
또 캔제품이란 분류가 모호해 완전히 익힌 것만 들여온다는 보장이 없고 자칫하면 1차 가공한 갠제품을 들여다 다른 용도로 가공, 판매될 가능성도 전혀 없지 않아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더욱 커질 우려도 있다.
국내 육가공업체들은 국내 캔제품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값싼 외국산 돼지고기를 사다 쓰는 방법밖에는 없고 완제품이 수입되는 마당에 원료를 묶는다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는 있지만 국내양돈업계에 직접적으로 미칠 영향등을 고러, 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관련업계는 어찌됐건 이미 수입개방이 확정된 마당에 앞으로 할일은 관세청·보사부등 관계부처에서 수입관련법규등을 최대한 엄격히 적용하고 또 심정적으로 양담배에서 보여준 국민감정이 살아나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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