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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민 "박근혜·최순실아, 네 죄를 알렸다!"…3500명 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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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있다. [김준희 기자]

2016년 마지막 날에도 전북 전주에서는 시민 수천 명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을 들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전북비상시국회의가 31일 오후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3500여 명(경찰 추산 1000여 명)이 모였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5시쯤 시민 250여 명이 옛 선비들이 쓰던 검은 유건(儒巾)을 머리에 쓰고 "박근혜야, 네가 네 죄를 알렸다! 최순실아, 네가 네 죄를 알렸다"고 외치는 퍼포먼스로 시작됐다. 조선시대 정봉준·정여립 등 부패한 정부에 저항했던 숱한 선비들을 배출한 지역으로서 선비정신을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참가한 시민들.

광장 곳곳에는 더불어민주당·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전북녹색연합·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전북대 총학생회 등 다양한 단체의 깃발들이 나부꼈다. '황교안이 박근혜다. 내각 총사퇴하라'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김현승(4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전북지부장은 "탄핵안은 가결됐지만 헌법재판소 심판 결과가 남았기 때문에 탄핵을 바라는 국민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오미선(45·서울 성동구·여)씨와 자녀인 이경진(15)군과 다민(10)양.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참여한 오미선(45·서울 성동구·여)씨와 자녀인 이경진(15)군과 다민(10)양.

서울에 사는 오미선(45·여)씨는 겨울방학을 맞아 자녀인 이경진(15)군과 다민(10)양과 함께 친정인 전주에 내려왔다가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오씨는 "아이들에게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싶어서 촛불집회에 나왔다"며 "헌재가 빨리 탄핵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정권 눈치를 보며 미루는 것 같아 불안하다"고 했다. 중학교 2학년인 이군은 "국민이 낸 세금을 최순실 개인이 독점하고 빼돌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나온 유하민(12·전주중산초 5학년)군이 `헌법재판관 국민엽서 보내기 운동`에 참여하며 엽서에 이름을 적고 있다.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 나온 유하민(12·전주중산초 5학년)군이 `헌법재판관 국민엽서 보내기 운동`에 참여하며 엽서에 이름을 적고 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는 지난주 촛불집회 때부터 '헌법재판관 국민엽서 보내기 운동'을 벌였다. 2주 동안 320여 명이 엽서에 서명했다. 유하민(12·전주중산초 5학년)군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인용 결정을 조속히 내려주십시오"라고 적힌 엽서에 이름을 적었다. 유군은 "형과 누나들이 죽어가던 순간에 박근혜 대통령은 머리를 단장하고 성형시술을 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국민도 못할 짓을 대통령이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탄핵돼야 하고 세월호 7시간도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서 공연 중인 안태상 밴드.

31일 오후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제8차 전북도민 총궐기 대회`에서 공연 중인 안태상 밴드.

유건 퍼포먼스로 시작된 촛불집회는 시민 자유 발언, 어린이 합창단 및 국악 공연, 올해 촛불집회 영상 상영, 안태상 밴드 공연, 현수막 찢기 행사를 마지막으로 오후 7시30분쯤 끝났다.
이날 집회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김춘진 전북도당 위원장, 이춘석·안호영 국회의원, 김승수 전주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 "즉각퇴진! 조기탄핵!" "적폐청산! 송박영신!"을 외쳤다. '송박영신(送朴迎新)'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다.

이날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도 주최 측 추산 1만여 명(경찰 추산 3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10차 박근혜 퇴진 광주시국 촛불대회'가 열렸다. 시민들은 "박근혜 즉각 심판" "위안부 합의 철회"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세월호 7시간 진실 규명" 등을 외치며 촛불을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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