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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이 영화를 빼고 2016년을 논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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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M 기자들이 사심 담아 각각 선정한 올해의 영화 세 편. 그것만으로는 아쉽고 또 아쉽다.

이 밖에도 2016년 개봉 영화 중 소재나 주제 면에서 의미 있는 작품, 흥행이나 완성도를 떠나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작품을 한 편씩 뽑았다.

최악의 하루 | 김종관 감독 | 8월 25일 개봉

한 여자와 세 남자, 그들을 둘러싼 크고 작은 거짓말. 내가 ‘최악의 하루’를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로 꼽자, 누군가 놀란 눈으로 물었다. “그런 연애담은 홍상수 감독이 다 했던 거잖아.” 아니다. 이 영화는 네 남녀의 흥미로운 연애담인 동시에, 거짓말(허구) 사이에서 어떻게 진실을 길어 올릴까 고민하는 이 세상 모든 이야기꾼과 예술가들의 진심 어린 고백이다. ‘홍상수식’ 연애영화가 차고 넘치는 한국 독립영화계에서 ‘최악의 하루’는 특별하게 다가온다. 감독 자신이 느낀 창작의 고민을 이 정도로 흥미롭게 담아낸 작품은 꽤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했다. (장성란 기자)

럭키 | 이계벽 감독 | 10월 13일 개봉

관객 697만 명. 이 영화가 이렇게까지 잘될 거라 생각한 이는 몇 되지 않았다. 그 ‘몇’ 중에 내가 있다. 나는 ‘럭키’를 보며 쉴 새 없이 웃었다.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았고, 조금 울기까지 했다. 반전을 거듭하는 줄거리, 입을 떡 벌어지게 하는 웅장함, 혀를 내두르게 하는 새로움이 없으면 어떤가. ‘영화’란 이런 것이다. 지친 하루의 끝, 친구와 함께하는 달콤한 커피 한잔 같은 것. 그것이면 충분하지 않나. 무겁고 폼 잡는 이야기 홍수 속 ‘럭키’의 흥행은 이런 영화를 대중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증명하는 결과다. 지지한다, 지지할 것이다. ‘럭키’와 같은 영화를 언제까지나. (임주리 기자)

곡성(哭聲) | 나홍진 감독 | 5월 12일 개봉

장면마다 해석이 분분했다. 각자 다른 해석을 두고, 이 영화에 대한 호불호의 근거로 삼기도 했다. 그럼에도 ‘곡성(哭聲)’에 대해 누구도 이견이 없을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은 어떤 종류의 에너지 아닐까. 음습한 물웅덩이 안에서 끈덕지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귀기 어린 주술적 힘 말이다. 똑똑히 목격한 엔딩신에 대해서도 해석을 유보하며, 잊을 만하면 기억에서 꺼내 혼자만의 되새김질을 거듭하고 있다. 스쳐 지나간 무명(천우희)의 표정, 출구 없는 시대에 응어리진 분노의 맥을 찾으며. 기성복 같은 상업영화들 틈에서, 끝없이 궁금한 영화를 만난 게 얼마나 오랜만인지. (나원정 기자)

아가씨 | 박찬욱 감독 | 6월 1일 개봉

“이쁘면 이쁘다고 미리 말해 줬어야지. 사람 당황스럽게스리….” 아가씨 히데코(김민희)를 처음 본 하녀 숙희(김태리)의 혼잣말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도 혼잣말을 하고야 말았다. “이 영화, 당황스러울 정도로 아름답잖아.” ‘아가씨’는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144분을 가득 채웠다. 마치 아름답지 못한 건 이 영화 속에 들어올 수 없다는 듯. 김민희와 김태리는 또 어떠한가. 이들이 빚어낸 연기 시너지도 눈부시다. 무엇보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 영화의 엔딩마다 따라붙던 ‘그래서 어떻게 됐다고?’ 식의 고민이 필요 없다. 이 얼마나 명쾌하고 아름다운 아가씨인가. (이지영 기자)

서울역 | 연상호 감독 | 8월 17일 개봉

올해 첫 ‘1000만 영화’인 ‘부산행’(7월 20일 개봉, 연상호 감독). 좀비 재난 애니메이션 ‘서울역’은 ‘부산행’의 세계관에 초석이 된 영화다. 상업영화 ‘부산행’에 미처 담지 못한 날선 사회 비판을 무기로, 지켜줄 이도 없고 돌아갈 집도 없는 사람들이 맞닥뜨린 처절한 지옥도를 보여 줬다. 꿈과 희망은 물론이고, 공유의 ‘수트 핏’도 마동석의 이두박근도 없는 음울한 아포칼립스 영화. 비록 ‘서울역’은 관객 14만 명 동원에 그쳤다. 하지만 국산 애니메이션 시장 개척에 힘쓰는 연상호 감독의 뚝심만은 우직하게, 그리고 분명히 전해졌다. (고석희 기자)

브루클린 | 존 크로울리 감독 | 4월 21일 개봉

어쩌면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1950년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한 아일랜드 여성이 새 삶의 터전을 잡아 가는 내용이다. 큰 갈등이 없는데도 이 영화에 마법처럼 홀리고 말았다. 감각적으로 되살아난 당시 뉴욕과 아일랜드 풍광 때문만은 아니다. 극 중 에일리스(시얼샤 로넌)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타지에서 외로움을 견디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모습은 아마 우리 모두가 겪어 온 과정일 테니까. ‘브루클린’을 보는 내내 에일리스의 모든 결정을 진심으로 응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김나현 기자)

장성란·임주리·나원정·이지영·고석희·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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