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수사 속도 내는 특검 … 표적수사는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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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 대상자가 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특검은 지난주 수사에 착수하면서 국민연금공단부터 압수수색할 정도로 특검 수사의 성패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의 의혹 규명에 달려 있다고 봤다. 이후 8일 만에 문 이사장에 대해 영장이 청구되면서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제3자 뇌물죄 적용의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검은 문 이사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7월 양사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했고 이와 관련해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위증을 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 장관이 개입한 배경에 삼성과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건으로 얽혀 있는 최순실씨에서 박 대통령, 안종범 경제수석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라인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만약 이런 의심이 특검 수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면 박 대통령에겐 제3자 뇌물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필두로 최근 특검 수사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손대지 못했거나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과 연계돼 있는 수사에 집중되고 있다. 예를 들어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개입설이 제기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최씨 일가의 천문학적인 재산 형성 및 박 대통령과의 경제 공동체 관계 의혹이 그렇다. 이런 ‘선택과 집중’ 전략은 중복 수사를 피해 수사 속도를 빨리 할 수 있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사안을 파헤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수사는 과정 못지않게 결과가 중요하다. 특검도 수사 대상 선정이나 대대적인 압수수색 등 외양보다 수사 결과로 말해야 한다. 특히 미리 결론을 정해 놓고 일방적으로 몰아가는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특정인에 대한 ‘꿰맞추기 수사’ ‘표적수사’라는 지적을 듣지 않도록 매사에 경계해야 한다. 특검은 절제된 수사의 전형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전 국민이 특검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