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연설의 메시지, 오바마는 "Yes We Can", 트럼프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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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여는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 취임 연설의 주제는 ‘미국인이여, 크게 꿈을 꾸자(dreaming big)’라고 트럼프 당선인 측이 27일(현지시간) 공개했다. 취임식준비위원회의 보리스 엡슈타인 공보국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이후 밝혀온 메시지처럼 그의 취임 연설은 크게 꿈을 꾸라는 것이며, 여러분의 꿈을 줄이라는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엡슈타인은 “우리가 ‘언덕 위의 도시’ 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연설, 모든 미국인들에게 말하는 연설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언덕 위의 도시’는 그간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세계의 모델 국가, 세계가 우러러 보는 국가라는 의미로 사용해온 표현이다. 세계를 이끌며 모범이 되는 미국, 세계에서 가장 이상적인 국가 미국이라는 목표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의 취임 연설은 그간 강조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위대한 미국’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대통령 취임 연설은 향후 임기 4년의 목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청사진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집권 1기를 시작하는 취임 연설에서 통합과 재건을 내걸었다. ‘담대한 희망(Audacity of Hope)’과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로 '오바마 신드롬'을 만들었던 오바마는 “우리는 모든 언어와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며 미국의 다양성을 강조했다. 이어 “오늘부터 우리를 일으켜 세워 먼지를 털고 미국을 다시 만드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재임 기간중 인종적ㆍ사회적 소수 집단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했고, 저학력 저소득층 보수 백인들은 이를 ‘백인 역차별’이라며 반발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2001년 1월 취임 연설에서 '강한 미국(Strong America)'을 내걸었다. 그는 “이 나라의 자유를 위협하는 적들은 실수하지 말아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는 “미국은 전세계에 개입해 왔고 자유를 위한 힘의 균형을 만들어 왔다”며 “우리는 동맹과 국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의 강성 대외 정책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트럼프의 취임 연설을 놓곤 지난 7월 공화당 전당 대회의 대선 후보 수락 연설과 차별화할지 아니면 그대로 기조를 이어갈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시 트럼프는 미국을 법과 질서가 위협받는 나라로 묘사하며 이를 바로 잡을 유일한 후보로 자신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가장 어두운 후보 수락 연설”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취임 연설을 준비하는 측근은 31세의 스티븐 밀러 백악관 수석 정책고문 내정자다. 7월 후보 수락 연설을 작성한 인사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후보자의 보좌관 출신으로 대선 캠프에서 정책국장으로도 활동했던 밀러는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을 정확히 짚어내는 인사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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