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과 국민의 뜻 다 얘기했다" 김총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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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점심함께하며 3시간 회담>
김영삼 민주당총재는 24일 상오 10시32분부터 하오1시28분까지 예정에 없던 오찬까지 함께 하며 3시간 가까이 청와대 영수회담을 한 후 당사로 돌아와 내·외신기자 약1백50명과 회견을 가졌다.
회견은 김총재가 회담요지를 먼저 설명하고 내신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한뒤 김태용대변인이 대화록을 상세히 발표했고 외신기자들을 위해 김총재가 별도의 일문일답을 갖는 형식으로 진행.
김총재는『이승만박사와 박정희대통령이 망한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주고 이러한 교훈을 현정권은 깊이 새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올림픽도 민주화가 이뤄진 후 새정부에 의해 치러지는게 바람직하다고 했다』고 소개.
김총재는『김대중씨가 사면·복권되어 셋이서 오늘처럼 점심식사를 하는 시간을 갖고 그 자리에 노대표가 동석해도 좋다고 했더니 완강히 반대하더라』며『4·13조치등 핵심문제들에 대해서는 명확히 합의된게 없다』고 설명.
김총재는『시간이 길어져 내가 점심을 달라고 요청해 식사를 함께 하면서도 얘기를 계속했다』고 밝혔는데 김태용대변인이 메뉴는 삼계탕이었다고 했다.
김총재는『나는「대통령께서」,대통령은「김총재께서」라는 경어를 썼다』면서「각하」라는 표현을 쓰지않았음을 은연중에 풍겼다.
다음은 김총재와의 일문일답요지.
-이번 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대통령이 현재의 시국에 대해 정확히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지금 시국이 얼마나 심각하고 중요한 때인지 설명했다.
부산에서 사제단에게 최루탄을 발사한 사건도 이야기하면서 「그럴수 있느냐」고 했다.
이회담에 관해 우리국민은 물론 세계의 관심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자리에서 모든 정치현안에 대해 진심으로 허심탄회하게 합의하자고 했다.
내 나이 60이라고 했더니 대통령은 자기보다 세살이 위라고 하더라. 이 나이에 뭘 바라겠느냐.
단식후 나는 이 나라 민주화 이외엔 아무런 소망도 없다. 여당이 계속 집권하겠다는 욕심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했다.
야당 역시 집권하겠다는 욕심보다는 민주화를 위해 일할 뿐이다. 오늘 합의한다면 국민들이 모두 박수를 치며 좋아할 것이다고 했다.
오늘 회담한다고 하니 데모 양상도 다소 달라지고 있지 않은가. 결심을 해달라고 말했다.
야당의 대표로서 국민을 대신해 모든 것을 충분히 전달했다』
-26일 평화대행진은 예정대로 실시될 것인가.
『김대중씨와 조만간 석방될 국민운동간부들과 협의해 결정하겠다. 그러나 연금해제, 6·10대회구속자 석방등 두가지만 가지고는 국민들에게 데모하지 말라고 설득할 수 없다.
4·13철회등 요구사항을 모두 합의했더라면 진정으로 호소해 사회안정을 기하는데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상 4·13조치가 철회된것 아닌가.
『분명하게 철회한다고는 안했다 .개헌논의를 국회에서 재개하면 다되는 것 아니냐는 식으로 뉘앙스를 풍기긴 했다.
그러나 노태우 민정당대표위원에게 전권을 위임한 만큼 노대표와 상의하라는 등의 얘기를 하길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지 않느냐.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라고 했다』
-또 만나기로 했는가.
『또 만나기로 했다. 두사람이 오늘 이만큼 충분히 얘기를 했으니 앞으로도 자주 만나 국정에 관해 논의하자고 했다. 내가 이렇게 만나기가 어려워서야 되겠는가. 전에부터 뵙고 싶었다고 말했다』
-노대표와 곧 만날 것인가.『안하는게 좋겠다고 했다. 모든 문제는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있는 만큼 결단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회담성과를 어떻게 보는가.
『최종 승리는 우리나라의 민주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 정권은 그동안 7년간이나 나와 김대중씨가 존재하지 않은 것 처럼 취급해 왔고 몇 달전까지만 해도 우리 두사람을 대화대상에서 아예 제외시켰었다. 아울러 오늘 대화했다는 자체는 조그마한 승리일수도 있다. 또 야권과 국민의 뜻을 모두 전달한 점에 의미가 있다. 할 얘기 다했다』

<차라리 감옥에 보내달라>
『법에도 없는 연금으로 정상적 시민을 가둬 놓고 통행을 못하게 하는 게 무슨 일인가. 만약 내가 법을 어겼다면 정부는 차라리 감옥으로 보내주기 바란다』
78일만에 연금이 해제돼 24일밤 기자들과 만난 김대중민추협공동의장은 미리 연금해제를 예상했던 듯 침착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감기에 걸렸다며 대화도중 자주 가벼운 기침을 했다.
-연금이 해체된 소감은.
『연금중 내 일생 최대의 기쁨을 느낀 것은 6·10 대회로, 나는 우리국민의 능력에 남 못지 않은 신뢰를 갖고 있었지만 이번에 보인 국민의 역량은 참으로 감격적이었다』
-여야영수회담에 대한 평가는.『민주당 발표는 결렬이라고 했더라. 내 기대에도 못미친다』
-24일밤 9시「시거」미국무성차관보와 만났는데….
『「시거」차관보와 통역없이 1시간정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민주화를 지원하는 미국의 최근 대한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이 정책을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국가안보·경제안정을 유지하고 올림픽을 훼손하지 않겠다△민주화 투쟁은 비폭력·평화적방법으로 전개한다는 두가지 약속을 할수 있다고 말했다.「시거」차관보는 미국도 군개입을 반대하고 민주화 계획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재야·학생이 정권타도를 외치는 등 정국이 위기를 맞고 있는데.
『현정권은 6·10대회를 보고도 근본적 반성이 없는 것 같다. 반성이 없는한 민주화운동이 커가는 것을 막을수 없다』
김의장은 24일밤 11시 김수환추기경이 전화를 걸어와 안부를 물으며 김의장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장이 해제알려>
○…김의장의 연금해제는 24일밤 11시55분 김상대 마포경찰서장이 김씨를 방문하고 통보했다.
김서장은 『25일부터 연금은 해제된다』고 한 뒤『형집행정지중에 있으므로 정당법에 의거, 정치활동을 못하니 위반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
경찰은 25일0시5분쯤 김씨집 입구 대로변등에 배치했던 정·사복경찰 8백여명을 완전 철수.
이날 김씨집앞 대로변에는 이용희·김영대·안동선·김봉욱의원등 민주당소속 국회의원 및 당원, 민추협회원 2백여명이 김씨의 연금해제를 기다렸으며 연금이 해제되자 1백여명의 시민들이 집앞으로 몰려와『김대중, 김대중』등의 구호를 외쳤다.
김의장은 25일 상오1시쯤 시민들 1백여명을 상대로, 집안 마당에서 5분간 즉석 연설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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