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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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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6·10사태」이후 중산층이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신까지도 이들이 데모에 가담했느니, 어쨌느니하는 얘기를 기사로 다루었다.
그만큼 중산층의 향배가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다고 본 것일까. 「중산층」이라는 사회계층을 만들어낸 유럽이나 미국에선 원래 이들을 「흐물흐물한 집단」으로 평가했었다. 미국의 사회학자 「라이트·밀즈」는 『금전적인 성공이 최고의 미국적인 가치』라는 말까지 했다.
돈만 알지 그 밖에야 뭘 알겠느냐는 경멸조의 말이다.
「밀즈」는 중산층의 주류인 화이트 칼러를 이렇게 혹평한 일도 있었다.
『정신생활에 일관된 신념이 없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무방비 상태이며, 집단으로는 정치적으로 무능력하다.』
그러나 이런 견해는 20세기 전반의 미국 중산층을 두고 한 말이고 지금은 새로운 해석이 나오고 있다. 오늘의 미국 사회학자들은 「중산층」이라는 말에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미들 아메리컨 래디컬즈」-, 약자로는 MAR로 표시한다.
「래디컬」이라면 우리 사회에선 눈을 크게 뜨지만 미국에선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바로 MAR는 「레이건」정권을 탄생시킨 보수세력의 원동력이 되었다.
그들은 이미 캘리포니아주와, 매사추세츠주에서 부동산세의 대삭감 투쟁에 앞장서 성공을 거둔 전과를 갖고 있다.
이들을 래디컬로 만든 것은, 세금은 언제나 중산층이 내고, 상류층은 달콤한 땀이나 흘리고, 하류층은 세금으로 먹여 살려야 하고…,하는 심리가 작용했다고 사회학자들은 분석한다.
중류층의 래디컬화는 미국만의 특수현상이 아니다. 서독에선 시민당을 중심으로 중류층의 활성화 운동이 벌어지고 이탈리아에서도 정치세력의 기반이 되고 있다.
말하자면 직장에서 일찍 퇴근해 집의 안락의자에 길게 앉아 홍차를 마시며 신문의 스포츠난이나 뒤적거리는 영국형 중산층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의 중산층은 경제적 여유에 만족하고 있거나, 아니면 더 많은 여유를 위해 땀을 흘리는 「이코노믹 애니멀」보다 지적인 만족감까지 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학식까지도 경비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갖고있기 때문에 그만큼 래디컬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어떤가. 「층」으로 데뷔한지는 불과 몇 년밖에 안되지만 경제적 능력에 관계없이 교육열이 언제나 높았던 현실을 생각하면 영국형 중산층과는 다를 것 같다. 정치의 대상도 그 정도로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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