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관광리조트(엘시티) 사업 관련 비리를 수사해온 부산지검 특수부는 27일 배덕광(68) 새누리당 국회의원(부산 해운대 을)이 엘시티 시행사의 실질적 소유주인 이영복(66·구속기소)회장에게서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포착하고 피의자로 입건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 자택과 부산 사무실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배 의원을 다음주 초쯤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배 의원 측과 소환 일자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배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된다.
배 의원은 엘시티 건축 인·허가 등이 진행된 2004년부터 2014년 3월까지 해운대구청장을 지냈다. 그해 7월 실시된 재보선에서 19대 국회의원이 됐고, 지난 4월 20대 총선에서 해운대 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검찰은 배 의원이 엘시티 건축허가와 사업구역 확대 같은 각종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성 조치 등을 해주고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새누리당 3선 의원인 이진복(59·동래구) 국회의원의 계좌추적을 마무리했으나 아직 비리혐의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 40여 일간 이영복 회장의 100억원 대 비자금 사용처와 정·관계 로비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광범위한 계좌추적과 상품권·기프트 카드 등의 사용처를 추적해왔다. 이 같은 추적이 현재 마무리되면서 내년 초부터 의심되는 자금거래가 있는 정·관계 인사를 순차적으로 줄소환하겠다고 검찰은 예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이 정·관계 인사의 접대장소로 자주 이용한 서울 강남 M룸살롱 대표 이모(45·여)씨가 지난 18일 도피중이던 홍콩에서 자진 귀국하면서 검찰 수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이 회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이른바 '홍콩녀' 이씨를 지난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했다.
지난 8월 초 이 회장이 검찰에 소환되기 직전 해외로 도피한 이씨는 이 회장이 정치권 유력인사 등과 만나온 정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장의 술·골프 접대자리 등에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 회장이 해외도피를 지시했다는 소문도 나오고 엘시티 비리 수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설도 있다. 때문에 이씨가 이 회장의 횡령자금 705억원 가운데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은 100억원 대의 비자금 관리를 맡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의 계좌를 추적했지만 100억원 대 비자금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도 “이씨의 수배중인 전남편 이모(51)씨의 도피자금 수억원 정도를 세탁한 정황은 포착했다”고 전했다. 이씨의 남편은 차명폰(대포폰)과 차량을 이 회장에게 제공하며 도피를 도운 혐의로 지명수배된 상태다.
한편 검찰은 수상한 자금거래가 포착된 정기룡(59) 전 부산시 경제특보를 내년 초 소환조사해 사법처리하고, 현기환(57) 전 대통령 정무수석의 수십억원 자금 출처를 조만간 밝혀내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