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생각 따르는 길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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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 민주당 총재에 듣는다>
『국민의 생각에 따른다는 것 이외에 이 시국을 수습할 다른 방법이 없어요』
시국수습방안에 대해 몇번이고『국민에 의한 직접선택』을 강조하면서 『요즘 잠을 잘 이루지못한다』는 김영삼민주당 총재는 좀 부은듯한 얼굴이다.
-전국적으로 시위가 계속되는등 시국이 절박합니다. 비상조치설도 나돌고 있고….
『10일부터 시작해서 2주 가까이 시위가 벌어지고 있어요. 이한열군 부모를 직접 만났는데 마음이 아픈 정도가 아니라 눈물이 나더군요.또 전경도 한사람죽고. 언제까지 이런 엄청난 희생이 계속돼야 하는지….
내가 전두환대통령과 만나자는것도 이런 것을 해결하자는 것인데….』
-반드시 대통령과 만나야만 합니까. 노태우민정당대표위원이 노·김회담을 제의했지 않습니까.『전국적인 시외의 핵심은 4.13철회입니다. 이것은 바로 대통령이 취한 조치입니다. 결자해지라고 대통령이 스스로 해결해야지 어느 누구도 해결할수 없어요. 노대표로는 안됩니다. 노대표를 만나고 절차문제를 논하고 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이런 난국인데 시간을 허송하기보다 누구든지 무조건 만나야 한다는 소리들이 나오지 않습니까.
『지금 시국이 어떻습니까. 요즘하루는 과거의 한달,두달과 맞먹을 정도로 변하고 있어요.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라의 책임을 맡고있는 대통령의 결심이 중요한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초연히 한마디 말도 없지 않습니까. 이런 사태에 대해 대통령의 생각이 나와야 할것 아닙니까.그런데 노대표더러 만나라고나 하니….』
-노대표도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비장한 각오를 표명했지 않습니까.
『글세…. 신문에 난 것만 봐가지고는 알수 없지….』
-4.13 철회를 반드시 공식선언해야 합니까. 내용을 수정해서 사실상 철회와 같은 효과를가져올수도 있잖아요.
『4.13 조치후 두달 사이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까.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을겁니까. 이 정부는 뭐 소신을 가지고 밀고 나간다는데…어찌 잘못된 것까지 밀고나가야 하나. 어제 말했더라도 잘못됐으면 고치는 것이지. 어떻게 그런 꾀를 낼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사람의 모든 판단이 1백% 옳을수는 없잖아요. 그걸 고친다고 하면 국민 모두가 찬성할게요.』
-상황이 급박하다면서 조건을 붙여 서로 버티고만 있어서야 되겠읍니까.
『나 역시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아요. 김수환추기경과도 만나겠지만…그 분도 나와 대통령이 만나야 된다고 했어요.
여러모로 깊이 생각해 보겠읍니다만….한두달전에 나와 김대중씨를 기피인물로 정해 안만난다던 그 차원에서 변한게 하나 없어요]
-대통령과 만나서 특별히 내놓을 수습방안이 따로 있는 것입니까.
『내가 자꾸 세상을 희망적으로 보는지 모르지만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 서로 얘기가 되지 않겠나 생각하는 거지요.
보복이 없는 정치…이런 것도얘기하고…또 여야 영수가 얘기한다는 것은 어러운 시기를 마무리지어보자,이런 것 아닙니까. 언제는 야당의 총재하고만 얘기한다더니 내가 총재가 되니 못한다고 하면 우습지 않아요.
신문을 보면 수습안이라는게 고작 개헌논의 다시 하자, 88년에는 민정당이 정권을 집고 올림픽을 치른후 다시 얘기하자,이런 식인데 그건 아무 의미가 없어요. 지난 1년간 개헌논의라면서 대통령직선세·내각책임제 하다가보냈어요. 또 그러면서 내년 2월까지 가자는 말인가.
제일 손쉬운 방법이 있어요. 교수도,종교 지도자들의 얘기도 그래요. 국민에게 물어보는겁니다. 선택적 국민투표를 실시해서 투표에 의해 결론을 내자는 것입니다.
이 정권도 야당할 생각을 해야해요. 모든 걸 국민에게 맡기는거지요. 이것 이상 최고의 방법이어디 있어요.』
-거국내각이나 선거관리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 않습니까.
『너무 많은걸 요구하면 더 큰어려움에 부닥치게 돼요. 이 정부에서 실시하더라도 부정투표를 할수는 없어요. 국민의 눈이 감시하고 있는데 절대 못합니다] -국민투표 성격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생각할수도 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선거법 개정문제를 또 새로.논해야 하고… 복잡하기만하지. 물론 이 선거법으로 선거해도 이기겠지만. 우리나라 중산층이 78.8%랍디다. 과거엔 중산층은 여당을 지지한다고 했어요. 중산층은 안정과 자유 두가지를 요구하지요. 이번에는 그 중산층들이 자유에 더 비중을 둔 것으로 나타났어요. 자유가 있어야 안정도 있다고 느낀겁니다. 명동데모에서도 학생과 시민 비율이 1대4라고 하잖아요. 넥타이 맨 샐러리맨들간에 바람이 불었어요. 점심시간에 나가 두어시간 데모하며 소리치고 해야 직성이 풀리게 됐어요. 이제 이 바람을 역류시킬수는 없다고봅니다』
-국민운동본부는 22일까지 기다려보고 민주화 대행진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파국이 오는 것 아닙니까.
『그것도 내가 강력히 요구해서 두번이나 연기한 겁니다.6.10관련 구속자를 석방하고 김대중씨의 가택연금을 해제하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민주인사를 3천명씌이나 감옥에 넣어놓고 김대중씨등을 사면·복권하지 않고 어떻게 정권을 유지할 생각을 하는지.
끝내 국민 요구를 안들어 주면 대행진을 안할수 없는 것 아닙니까. 언제까지 연기하라고 할수는 없으니까』
-필리핀식으로 피플 파워를 과시하자는 것인지요.
『지금까지 몇번이고 강조해 왔어요. 나는 진실로 군사 구데타나 민중혁명에 의한 급격한 변화는 절대 반대입니다. 「J·F·케네디」가 말했지요.비폭력 평화혁명을 거부하면 마침내 폭력혁명이 일어난다고. 끝내 국민을 탄압하고 자유를 짓밟으면 결국 폭발하고 맙니다. 우리 국민은 그런 의문심을 가지고 있어요.』
-민주당이 국민운동본부나 재야의 결정을 컨트롤할 입장이 못된다고 보는 것 같던데요.
『우리와 국민운동본부는 긴밀히 협조하고 있어요 재야가 과격하고 극단적이라고만 생각하는건 오해입니다. 그리고 민정당도 강력한 야당이 필요하다는걸 알아야합니다. 그런 야당이 있어야 교량 역할을 하는겁니다.』
-결국 정치적으로 수습이 안되면 파국이 올수밖에 없는데….『이 정권이 비상조치나 계엄령으로 유지하려고 한다면 파멸뿐입니다. 종교인·학생들의 결심이 대단합니다.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겁니다. 1주일, 2주일은 갈지 모르지만 계엄령이나 위수령은 국민을 위하는 길이 아닙니다.』
-그런 상태가 되어 만약 올림픽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면 국가적으로도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질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닙니까.
『물론 이대로 가면 올림픽을 할수 없을지 모르지요. 이 정권은 올림픽을 치르면 선진국이 된다지만 경제력 하나로 선진국이 되는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나는 확신합니다. 내년까지 새 헌법에 의한 새 정부가 탄생해서 올림픽을 치를수 있는 체제를 갖출 것입니다. 외국에서 여러 말들이 많지만 우리의 올림픽에 대해 성급한 결정을 내리지 말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국민들은 정치권에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지 않습니까.
『우리 역사상 가강 중요한 시점에 와 있읍니다. 아마 87,88년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되든 우리 역사에 가장 뚜렷한 선으로 그어질 것입니다. 구약에 이르기를「곡식을 심을 때가 있고 거둘때가 있다」고 했읍니다.
나는 이 정권에 충고하고 싶습니다. 정치에 가강 중요한 것은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것입니다. 이 정권이 결단을 내려야할 때입니다. 그 시기가 지나면 4·13을 철회하고 선택적국민투표를 받는다고 해도 늦어질지 모릅니다. 정치에 마지막은 없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는 것입니다.』<김영배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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