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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테러 일선에 나설 빅데이터·킬러로봇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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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4호 21면

초소형 킬러로봇으로 은밀하고 빠르게 테러 진압할 수 있다. [사진 제너럴 로보틱스]

이달 12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했다. 320명이 파티를 즐기고 있는 클럽에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2000년이후 총기난사 사건 중 가장 큰 인명피해를 냈다. 현재까지 49명이 사망하고 53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총소리가 울려도 음악소리로 착각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옆에 사람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보고도 테러가 발생한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용의자인 오마르 마틴은 아프카니스탄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뉴욕에 자랐다. 종교는 이슬람이고 사건 전에 911에 전화를 걸어 테러 조직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했다고 밝혀졌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IS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는 자생 테러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을 면밀히 들여다 보면 예방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럼에도 FBI는 이를 놓쳐버렸다. 오마르는 테러 의심으로 2013년과 2015년에 조사를 받았고 정부 감시 대상 명단에 올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위험 인물이 아닌 것으로 판단해 감시 대상에서 제외했고 오마르는 아무런 제약 없이 테러를 준비할 수 있었다. 특히 911에 IS에 대한 충성 서약을 한 시점에서 방치한 것이 총기 난사라는 대참사를 불러 온 점은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다.


 AI로 테러범 찾고 비상 사태 땐 경고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수사 당국의 허술한 조치로 대형 참사가 일어난 경우는 드물지 않다. 2014년 5월 23일 미국 UC산타바바라 근처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 대표적이다. 범인 엘리엇 로저는 2012년부터 계획을 세워 총 3자루를 구입했고,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유튜브에 살인 예고 영상을 올렸다. 제때 막지 못한 결과 범인을 비롯한 7명이 사망했다. 2001년에 발생한 9·11 테러도 미리 대처했다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는 사건을 예방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이런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최근 여성혐오 범죄, 흉기 난동 등의 묻지마 살인사건이 잇따라 벌어지는 한국에서도 이런 취약점을 보완할 방안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은 올랜드 참사가 발생하자 지인의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세이프티 체크’ 기능을 가동했다. 이미 파리 테러와 나이지리아 테러 당시 활용돼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세이프티 체크가 테러 예방과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이런 정보기술(IT)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테러 예방과 피해 최소화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테러에 대처하려면 예방과 사후 대응이 중요하다. 예방은 테러 계획을 미리 파악해 사건발생 전 저지하는 것이다. 사후 대응은 테러가 발생했을때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대처하는 전략이다. 이 두 가지에 IT를 적용할 수 있다. 예방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술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테러 가능성을 미리 판별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를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SNS)와 연동해 테러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수사 당국은 SNS에서 올라와 있는 콘텐트와 친구를 맺고 있는 지인과의 관계를 분석해 테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이미 국내에서 이를 추진하기 위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경찰청은 내부적으로 자체 구축한 데이터 외에도 온라인의 정보들을 모두 취합해 분석하고 범죄 발생을 미리 파악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도시 관제센터에서 CCTV 영상을 관제해 도시 치안을 강화 할 수 있다. [사진 경남시청]

또 다른 방법은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폐쇄회로TV(CCTV)에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지능형 CCTV라고 부른다. 영상의 상황을 인공지능(AI)이 분석해 비상 상황이 발생하면 시설 운영자와 경찰에 알려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시스템 운영자는 범죄자들이 사건 발생 전에 일반적으로 하는 행동의 패턴을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통해 AI에 학습시킨다. 이후 AI는 CCTV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해 범죄 의도를 포착하면 경고해 준다. 이런 기술은 이미 도시 관제센터 같은 곳에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빅데이터를 SNS와 CCTV에 활용해 테러를 비롯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오탐률이 0%라면 완벽히 예방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범죄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를 잘못 인식하는 경우는 문제 없지만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인데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는 문제가 발생한다. 참사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후자인 경우에 대비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테러를 완전히 예방할 수 없다면, 발생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지능형 CCTV는 여기에도 활용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올랜도 사건은 시끄러운 클럽에서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미처 대피하지 못했다. 불이 나면 화재 경보기가 작동하는 것처럼 총기·칼 같은 위험한 도구를 파악한 지능형 CCTV가 경보를 울리고 빠르게 경찰에 신고하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비명·총성 등을 파악한다면 판단의 정확성이 높아진다.


인명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범죄자를 빠르게 제압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범죄자들은 인질을 붙잡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신속한 대처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 올랜도에서도 범인이 인질을 붙잡고 있어 경찰들이 바로 대응하지 못했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사이에 범인은 피해자들에게 차례로 총격을 가해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권총·최루액·섬광탄으로 무장한 킬러로봇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소형 ‘킬러로봇’이 있다. 킬러로봇은 전쟁에 활용되는 로봇으로 정의할 수 있다. 국내에는 삼성테크윈이 개발한 킬러로봇이 휴전선에 배치돼 운영 중이다.


올해 5월에 이스라엘 로봇회사 제너럴로보틱스는 경량 로봇인 ‘도고’를 출시했다. 일반 킬러로봇은 무게가 250kg인 반면 도고는 12kg밖에 되지 않아 매우 가볍다. 9㎜ 실탄을 사용하는 권총 한 정을 밑바닥 부분에 내장하고 있다. 8개 소형 비디오 카메라를 내장해 적을 쉽게 발견할 뿐 아니라 레이저를 이용해 범인을 정확하게 조준할 수 있다. 실탄 외에도 최루액 분사기 혹은 눈을 멀게하는 섬광탄 등 비살상용 제압 장치도 장착이 가능하다. 도고의 경우 작고 눈에 띄지 않기 때문에 은밀하게 적을 제압할 때 이용할 수 있다. 인질범과 대치 중일 때 도고와 같은 소형 킬러로봇을 활용한다면 신속하게 인질범을 제압해 추가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로봇이기 때문에 경찰의 인명 피해를 걱정할 필요 없이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도고와 같은 킬러로봇 외에도 ‘스마트더스트’와 같은 초소형 무인 로봇을 활용해 인질의 상태 및 범죄자 동향을 몰래 파악해 진압과 인질 구출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 UC버클리의 크리스 피스터 교수가 처음 제안한 스마트더스트는 1㎣ 크기의 초소형 로봇이다. 태양광을 이용해 스스로 충전하면서 자율적으로 돌아다닌다. 센서와 양방향 통신 기능을 갖추고 서로 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용할 수 있는 이런 로봇에 초소형 카메라를 장착한다면, 테러 범죄 발생시 인명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지인 안전 확인을 위해 ‘세이프티 체크’ 기능을 제공한다. [사진 페이스북]

안전 보장과 자유는 트레이드 오프 관계이처럼 테러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은 마련돼 있다. 문제는 예방 단계에서 IT의 활용이 사생활 침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이다. 범죄나 테러 예방을 위해서는 잠재적으로 범행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들의 행동을 감시해야 한다. 그런데 단지 범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의 자유 공간인 페이스북을 검열한다고 하면 논란이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한국의 경찰청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 정보 분석 수집 시스템 도입은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개인의 안보를 위한 범죄 예방은 중요하다. 그러나 개인이 용납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정보 수집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잠재적으로 범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사람들에게 어느 정도로 제제를 가할지도 문제다. 필립 K 딕이 1956년 발표한 SF 소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을 배경으로 이런 문제를 다룬다. 3명의 초능력자가 내놓은 예언에 따라 예비 범죄자들을 잡아들이는 범죄예방관리국(프리크라임)을 통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첨단 기술을 통해 테러와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는 방안을 놓고 어느 정도까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잠재 범죄자를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인 검토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성민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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