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안수술 첫 관광길 참변|한마을 13짐이 집단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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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남원】전북남원시 노암동 4통2반. 평화스럽던 한동네1백여 주민들은 갑자기 날아든 비보에 어쩔줄 몰라하며 오열.
『청천벽력도 유분수지, 이런일도 있답니까.』
아들 오해영씨(47)는 실종, 며느리 김정남씨(42)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전북고창에서 올라 온 이순기할머니(71)는 아들집에 도착, 손자들을 끌어안고 목놓아 울다 정신을 잃고 말았다.
『15년동안 앞을 보지 못하다가 지난해 개안수술을 한다음 난생처음 관광을 하게 됐다며 그렇게 좋아하시더니…. 이런 날벼락이 어디 있읍니까.』 날품팔이로 6남매를 키우며 온갖 고생을 하다가 눈까지 멀었던 홀어머니 박순금씨(50)의 사망소식을 들은 송복순양(15)은 연신 『불쌍한 우리 엄마』라는 말만되풀이 하며 몸부림.
또 오빠는 직장 때문에 서울에 있고 언니는 출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는 정해성양(16·남원한남여고1)은 16일하오 귀교길에 어머니 이맹자씨(46)의 사망소식을 듣고 『사실이 아니죠』『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시지 않았죠』하고 끊임 없이 눈물을 쏟아 동네사람들은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쳤다.
○…사망한 김영표씨(48)와 최영자씨(41·여), 사망한 양동현씨(60)와 실종된 조태미씨 (58·여) , 사망한 김정남씨(42·여)와 실종된 오해영씨는 각각 노암동4통에 사는 부부사이.
이처럼 한동네가 집단 초상을 당하는 바람에 이 동네에서만 국민학생 1명, 중학생 8명, 고교생 7명, 대학생 3명이 하루아침에 부모·형제를 잃었다.
특히 4통2반은 모두 29가구로 이 가운데 13가구가 변을 당했고 부부가 함께 변을 당한 집만도 2가구.
○…4통2반 주민들은 지난해8월 반상회에서 1인당 매달1천원씩을 갹출, 관광기금을 마련키로 하고 그간 적금을 부어왔다.
그러나 관광버스 대절등 비용이 모자라 출발당일 1인당 5천원씩을 따로 내 광주시 금남로소재 임해관광과 45만원에 하루코스의 남해관관을 계약, 15일 상오7시 44명이 동사무소앞을 출발했었다.
○…관광기금을 계속 내왔지만 출발 전날 저녁 몸이 아파 관광길에 나서지 못해 서운했다는 이영식씨(60)는『병 때문에 변을 모면했다』며 다행스러워했다.
○…노암동은 남원시청에서 2km 떨어진 변두리 마을.
81년 남원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시에 편입됐다.
노암동주민들은 행상과 날품으로 생계를 꾸리는 가구당 연간소득 2백만원의 영세마을이지만 4통마을금고에 1억2천만원을 저금할 정도로 근면하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
【대구】극동호에 승선했던 대구대일관광 관광회원중 13명은 대구시 중리동42의1 진달래2차아파트 주민들로 이들중 12명은 2백11동에 사는 주부 11명과 어린이 1명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지난해에도 부부동반으로 부곡온천을 다녀 오는등 평소 단체여행을 통해 친목활동을 펴왔는데, 이날은 주부들끼리만 충무관광을 갔다가 변을 당했다.
【임시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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