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 재외 공관에 ‘내년 대선 전에 핵실험 실시하니 준비하라’ 공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태영호 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망명 후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을 언급했다. [중앙포토]

태영호 전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망명 후 한국에서 생활하며 느낀 점을 언급했다. [중앙포토]

 태영호 전 주 영국 북한대사관 공사가 “북한 외무성이 각 재외공관에 내년까지 6·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이며 한국에서 내년 대선이 치러지는 차원에서 핵실험이 실시될 것이니 준비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23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따르면 태 전 공사는 지난 7월 망명 이후 첫 공식 석상인 22일 정보위 비공개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고 여야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과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에 전했다.

태 전 공사는 지난 5월에 열린 7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이 “파키스탄·인도처럼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국제적 대화를 재개해서 문제를 풀겠다”며 “한국에 대선이 있고 미국에는 정권 초반인 2017년 말이나 2018년 초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을 적기”라고 말했다고 의원들에게 전했다.

국제사회는 파키스탄과 인도의 핵 보유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진 않지만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대우하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5월 열린 제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수소탄까지 보유한 무진막강한 국력을 가진 우리 공화국은 책임 있는 핵보유국”이라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또 “북한은 한국 대선 후 박근혜 정권 인사들이 모두 물러나면 새 대북 정책으로 전환되고 관계 개선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북한은 대북 제재 무용론도 급속도로 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제시하면서 미국과 직접 대화 가능성도 열어 둘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북 정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분위기를 살펴 본 뒤 대화 전략을 구상할 예정이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