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마실만 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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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물-.
물은 태초부터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있어왔다.
특히 인간에게 있어서는 하루라도 없어서 안될 불가결의 존재인 것이다.
지구의 4분의3이 물로 덮여 있고 인체의 3분의2가 물로 구성돼 있다.
이렇듯 삶의 원천이 되는 물이 언제부터인가 오히려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머랭으로 다가오고 있다.

<사용량 3배늘어>
아직까지 원인이 명확하게 구명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경기도 소래에서 발생한 주민집단 괴질사건은 바로「오염된 물이 인간을 위협하는 단적인 예」를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하겠다.
그래서 많은 가정들이 공급되는 상수도를 믿지 못해 끓여 먹거나 정수기를 쓰는가 하면 울며겨자 먹기로 생수라는 이름의 값비싼 물을 사먹기도 한다.
많은 물을 소비하고 또 물속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여름철을 맞아 물의 사용 및 보급실태·오염현황·원인 및 오염저감대책등 물에 대한 진단을 해본다.

<물 사용 및 보급실태>
물의사용량은 문화 수준의 한가지 척도로도 인용될 만큼 중요한 지표.
현재 서울·부산등 대도시의 한 사람당 하루평균 사용량은 3백50∼4백ℓ로 LA(83년·6백55ℓ) 동경(82년 4백80ℓ)엔 못미치지만 선진국수준인 정서문화생활권(3백50ℓ이상)에는 진입해 있다.
전국 평균사용량을 봐도 66년 1백10ℓ(반드럼분)에서 최근 3백10ℓ로 약3배나 늘어난 상태다.
한편 상수도보급률의 경우 서울은 98·4%로 이미 선진수준에 도달해 있고 전국평균도 85년 64%에서 87년 69%였고 88년에 74%, 91년에는 80%를 넘어설 전망이다.
따라서 물사용량에 있어서는 착실한 양적성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쓰는 물의 질.
한 건강잡지사에서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도물을 그냥 마시는 사람은 전체의 17%에 불과했고 58%가 끓여먹는다, 18%가 정수해서 마신다, 나머지 7%는 아예 생수를 사서 마신다고 대답해 식수인 수도물에 대한 불신감을 강력히 나타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70년대 이후의 급속한 공업화로 시작된 수질오염현상이 주요 식수공급원인 4대강 유역에 중증으로 표출되면서 상수도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된데 대한 반작용으로 해석된다.

<수질오염현황>
4대강 본류의 수질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80년부터.
현재 서울·인천 및 경기도 6개 도시등 수도권인구 1천2백만명중 65%의 젖줄인 팔당 상수원의 경우 70년대에 그냥 떠서 마셔도 되는 1급상수원(BOD 1PPM미만)을 자랑하던 것이 80년 1·1PPM(이하PPM) ▲81년 1·4 ▲82년 1·8 ▲83년 1·5 ▲84년 1·6으로 나빠져 침전여과처리 및 간단한 약품처리를 하지 않으면 마실 수 없는 2급수질로 전락해 버렸다.
수질오염의 강도는 하류쪽으로 갈수록 심해져 84년에 구의수원지(2·5)는 3급상수원(3PPM미만)의 문턱에 도달했고 뚝섬 (4·7)은 3급상수원, 노량진(6·7)과 영등포(10·4)는 상수원으로 쓸수 없는 등외로 떨어져 이 두곳에서의 취수를 중지할 수 밖에 없었다.
영남과 충청·호남의 젖줄인 낙동강·금강·영산강도 상황은 마찬가지.

<4대강유역 중증>
낙동강의 안동호(1·2), 금강의 대청호(1·1), 영산강의 담양(1·3) 무안(1·9)등을 제외하고는 모든 수원지들이 3급수이하로 떨어져 약품처리등 전처리과정을 거쳐야 겨우 상수원으로 쓸 수 있거나 공업용수 이외에는 쓸수 없는 썩은 물이 되어 버렸다.
전국적으로 수질오염이 피크를 이룬 84년에 환경청은 직할중앙지도점검반을 편성, 전국의 폐수공해배출업소 단속등을 통한 수질오염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팔당을 비롯한 전국의 주요상수원은 누적되어 가던 오염상태에시 서서히 회복기미를 보이기 시작해 86년에 낙동강의 고령수원지(14·1PPM)를 제외하고는 3급상수원 이상의 상태로 호전됐다.
하지만 청정상수원을 확보하기에는 아직도 수질이 기준미달 상태이고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공장폐수 및 생활하수량 때문에 수질오염이 악화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염소량 2배초과>
최근에 팔당호를 조사한 연세대의대 권숙표교수는 『비료나 세제등에서 나온 인·질소성분으로 오염의 전 단계인 부영양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부영양화 현상은 식물성 플랑크톤류의 이상증식으로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량이 급격한 감소를 보여 수질이 나빠지는 현상.
이러한 요인들 때문에 상수처리과정에서 과량의 염소를 투여함으로써 서울시 상수도의 경우 식수속의 염소잔류량이 WHO(세계보건기구)규제기준치인 0·2∼0·5PPM을 2배나 초과해 심한 소독약 냄새가 나는등 감각적으로도 물을 마시는데 거부감을 주고 있다.

<오염저감대책>
정부는 깨끗한 물의 확보를 위해 다각적인 시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서울의 중낭천과 부산의 용호지구, 경주의 보문단지에 대단위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해 이미 가동중인 것을 비롯해 올해안에 서울 탄천등 9개소 하수처리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또 90년까지는 수도권의 성남·구리·안양·춘천등 4곳, 부산(2곳)·대구·인천·광주등 대도시와 3개공단 및 3개 중소도시에 모두 15개의 처리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하수처리율 35%로 현재의 일본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당국의 전망.
한편 폐수배출업소에 대한 단속 및 지도로 수질오염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강화되고 있다.
86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폐수 배출업소중 70%이상이 폐수처리시설이 없거나 있어도 비용관계등을 감안해 제대로 가동시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환경청은 업소를 5등급으로 분류, 철저히 감시하는 한편 처리시설설치비용의 융자및 설비가동비용의 요금감면혜택등으로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팔당등 6대 대단위 상수원 정화대책과 함께 전국 3천9백24개 하천을 행정구역단위로 쪼개 매월1회씩 무기한으로 대대적인 청소정화작업을 벌여오고 있다.

<전국하천 정화>
그러나 이같은 다각적인 시책이외에도 『가장 근본적으로 선결되어야할 사항은 개인생활측면에서의 용수사용습관 개선』이라고 환경청 이방흔수질보전국장은 강조한다.
현재 전국에서 하수에 쏟아지는 폐·하수량은 1천1백53만t.
이중에서 73%인 8백42만t이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생활하수이기 때문에 가정에서 1차적으로 신경을 쓰지 않는 한 근본적인 수질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세제남용이나 음식찌꺼기·쓰레기·분뇨등의 무단방류가 줄어야 전반적인 오염저감도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이라고 이국장은 설명했다. <윤재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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