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잡은 베를린 트럭 테러범, 추가 범행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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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12명의 목숨을 앗아간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 트럭 테러의 배후라고 나섰다. 테러가 IS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아 추가 테러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경찰, 20대 튀니지 남성 용의자 추적
IS “공격 지시”…범인 신원은 안 밝혀

트럭 테러 다음날인 20일(현지시간) IS는 대외 홍보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테러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AP통신에 따르면 IS는 “연합국 시민을 표적으로 공격하라는 명령을 IS 전사가 베를린에서 수행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IS에 동조하는 ‘외로운 늑대’의 소프트타깃(공격에 취약한 사람·장소 등) 테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테러범이 누구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테러 당일 독일 수사당국에 체포됐던 용의자는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트럭에 타고 있었다”는 목격담을 토대로 파키스탄 출신의 망명 신청자 나베드 B(23)를 테러 현장 인근에서 연행했지만, 조사 결과 단순 행인으로 밝혀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나베드의 혈액형이 트럭 운전석에서 채취한 혈액과 일치하지 않았고, 그의 옷에서 혈흔이나 탄흔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독일 연방범죄수사국(BKA)의 홀거 뮌히 국장은 기자회견에서 “경계 수위를 높이고 무장한 범인의 행방을 다각도로 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독범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하지 못했다. 독일 경찰은 트럭에서 발견된 신분증의 주인인 튀니지인 아니스 A(24)를 추적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번 테러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내년 9월 총리직 4선 도전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사건 직후 난민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적극적으로 난민 유입 정책을 폈던 메르켈의 정치적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소속 마르쿠스 프레첼 유럽의회 의원은 테러 희생자를 빗대 “메르켈은 죽었다”고 말했다.

19일 오후 터키 앙카라에서 발생한 안드레이 카를로프(62) 주터키 러시아 대사 피격 사건 역시 수사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범인인 메블뤼트 알튼타시(22)가 현장에서 사살된 가운데 현지 경찰은 테러 배후를 캐고 있다. 현지 도안통신에 따르면 알튼타시의 가족 등 6명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터키 수사당국은 반정부 인사인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과의 연대 가능성을 수사하고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교장관은 “귈렌이 배후”라고 주장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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