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효과 위주…면내의 10원 내려|무리한 조정 언젠간 더 큰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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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5월15일의 종합물가안정대책 발표이래 근 한달간에 걸쳐 전력요금의 인하, 53개 할당관세를 포함한 1백3개 품목의 관세인하, 16개 품목의 특소세인하, 정부미를 포함한 4개 농산물의 가격인하 등 물가를 잡기 위한 일련의 정지작업을 단계적으로 실시해 왔다.
그 배경에는 최근 급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물가동향을 심상치 않게 보는 정부의 강한 우려가 깔려있음은 물론이다.
이번의 공산품가격 인하조치도 제5공화국 들어 정부가 다져온 물가안정기조가 위협받고 있다는 인식아래 그동안의 정지작업을 배경으로 소비자의 피부에 닿는 각종 제품가격을 내림으로써 국민들 사이에 재발할지도 모를 인플레 심리를 사전에 막겠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보여진다.
물가안정을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우선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공산품 가격인하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전시효과 위주의 실속 없는 것이라는 감을 지워버릴 수 없다.
32개 인하대상 품목중 5%이상 가격이 내린 품목은 특소세가 내린 컬러TV·냉장고· 전기세탁기·진공청소기 등 4개 가전제품과 설탕 등 5개 품목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2% 미만, 심지어 0.5∼0.4%의 미미한 가격인하에 그쳤다.
예컨대 면내의의 경우 최종소비자 가격은 1천1백원짜리가 1천90원으로 m원, 합성세제는 kg당 7백50원짜리가 7백35원으로 15원, 그리고 피아노는 1백35만원짜리가 1백34만4천6백75원으로 5천3백25원이 내리는데 그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빈약한 내용보다도 가격조정작업에서 보여준 무리와 불합리가 앞으로의 경제운용에 미칠 부작용이다.
정부는 이미 82년 물가안정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시행과 함께 제품가격의 결정을 업계의 자율에 맡긴다고 약속해 왔다.
이번의 공산품가격 인하조치는 업체의 영업수익과 수출실적까지를 감안, 행정부가 멋대로 인하폭을 결정했다는 얘기다.
예컨대 순면사의 경우 국제면사가격이 2배나 뛰어 가격인하는 커녕 오히려 값을 올려야 할 실정인데도 원자재수입시 원화절상에 따른 환차익요인 4.5%와 전기료인하에 따른 원가부담감소 0.32%를 감안, 1%의 가격인하를 단행했다.
값이 싸지는 것이야 소비자로서 바람직한 일이라 할지 모르나 억지로 내리누른 물가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현실화란 이름으로 반등세를 보일 때 소비자는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지게 된다는데 문제가 있다. <신성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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