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만에 물러난 「금융가의 황제」>
『자리에 앉을 때가 있으면 떠날 때도 있는 법』-. 2일 미연방준비이사회(FRB) 회장자리를 떠나기로 결정한 「볼커」회장의 퇴임의 변이다.
79년 카터행정부때 중앙은행총재로 취임한 이후 미국 및 전세계의 금융정책을 요리해온 「금융가의 황제」는 8년만에 사임의 뜻을 밝혀 그 동안 여러차례 불화설이 떠돈 「레이건」행정부와의 관계를 청산했다.
「고금리를 통한 인플레 억제」라는 엄격한 통화주의의 입장을 고수해온 「볼커」는 「슐츠」-「베이커」로 이어지는 레이거노믹스사단과는 근본적으로 어울릴수 없었다. 이들「레이건」측근은 우선적으로 눈에 띄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의 「쌍동이적자」를 한꺼번에 해결, 국민의 환심을 사자는 정치적 접근방식이었는데 반해, 서로 모순되는 정책의 강제집행은 재정적자의확대와 국가경제의 마비를 가져올 뿐이라는 순수 이코노미스트의 입장을 대변해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견은 85년9월 뉴욕플라자 G5회의때 중앙은행개입에 의한 달러재평가라는 「베이커」의 정책에 이견을 나타냄으로써 고조되었다.
인플레파이터로서의 명성을 지켜온 「볼커」의장은 지난해 「도널드·리건」전백악관비서 실장과의 불화로 퇴설 빈번했다. 히 지난해 월 재할인율인하 표결에서 「볼커」의장이 패하게된 소위 「금융쿠데타」때에도 뒤에서「리건」이 조종했다는 설이 있었다. 러나 금년초 「리건」이 자리를 물러나면서 그의 연임이 가능하다는 예측이 다시나오기도 했다.
그의 퇴임직전 FRB내에서의 입장은 상당히 약화되어 있었다. 달러문제·누적채무문제·고금리정책의 지속여부문제등에서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노출되어 그의 입장을 지지하는 친「볼커」파는 소수파로 전락했었다.
종래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해온 「볼커」도 최근 미국경제부진과 관련, 세론이 인플레퇴치보다는 경기침체로부터의 탈피가 한층 시급하다는쪽으로 기울자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온 금융긴축 정책에서 후퇴할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경기침체로 가뜩이나 취약한 금융체제 기반이 흔들려 연방예산적자를 줄이려는 일체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염려가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데다 달러화가치하락을 통한 미무역적자감축노력이 그다지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점이「볼커」의 입장을 최근들어 상당히 약화시킨 것이다.
어쨌든 경기부양을 원하는「레이건」대통령과 인플레이션 억제의 선봉장인 「볼커」의장의 불편한 관계는 이처럼「통화주의냐 아니냐」하는 미국경제정책의 기본노선 선택과 깊이 연관되어왔다.
「볼커」의장의 사임은 8일부터 열리는 베네치아 정상회담(서미트)을 앞두고 발표됐다는데서 「레이건」이 타이밍을 맞추는데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7개국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지도자들에게「볼커」의장의 거취는 어떤 형태로든 알려야할 사항이었기 때문이다.
「볼커」의장의 공헌에 대한평가는 여러가지로 엇갈리는게 사실이나 『「볼커」는 우리가 필요로 하는 통화정책 전환을 훌륭히 해냈다』는 「루이스·크랜들」(통화시장분석가)의 말처럼 긍정적인 면이 더 컸다.
후임자 「그린스팬」씨(61)는 「포드」전대통령시절 경제고문을 지낸 만큼 기본적으로 보수주의적 입장을 지켜왔다.
『인플레에 관한한 강력한 전사』라는 평을 듣기도 하는 「그린스팬」씨는 74년9월부터 77년1월까지 백악관경제자문회의의장직을 맡기도 했다.
최근까지 개인 경제자문회사를 운영해온 그는『경제부문에서 보다 적은 정부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믿는 「자유주의자」이자 실용주의자이며 동시에 보수적인 시장경제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있어 앞으로의 미금융정책은 「볼커」노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인철기자>방인철기자>
레이거노믹스 사단과 불화로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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