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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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5월의 말」가운데 여운이 있는것은 정호용전내무장관이 기자들에게 남긴 추임의 변이다.
『내각도 책임을 지는데 사실과 틀리는 것을 썼으면 언론도 책임을져야할것 아니냐. 호론이 나라 망친다』
화제를 바꾸어, 미국 언론에 권위를 부여한 것은 1919년 미연방대법원「홈즈」판사의 명판이었다.「표현의 자유」에 관해 그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Clear and present danger)이 따르지 않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미국같은 나라에나 있을법한 일인가. 관리들이 신문을 원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한 그사회는 정상은 아니다.
그 점에선 노신영 전총리의 이임사가 인상적이다.『문제를 상식과 순리로 물어 보려고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우리사회의 잘못이 있다면 어마어마한 음모보다는 상식과 순리가 존중되지 않는데 있다.
지난 18일 민정당의 한 국회의원은 지구당 개편대회를 하며 이런 연설을 했다.『미친개가 짖는다고 열차가 멈추지는 않는다.』그는 김영삼민주당총재를「제2의 이완용」 이라고도 했다.
한 야당의원이 이 말을 정면으로 되받았다.『그 따위 눈 먼 단세포동물들만 모아 놓았으니 정치적 역량이 나올턱이 있나』
정치의 도패는 말이다. 도패가 시원치 않으면 제품도 시원치 않다.
나라밖은 여전히 한국문제로 시끄럽다. 미국의 외교관이나 국회의원들은 이제 거침없이 발언한다.
오죽하면 「S·솔라즈」議員(하원 아태소위위원강)은과거에는『노브카인(마취제)주사를 놓아야 이빨을 뽑을수 있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고 했겠는가. 지난 6일 청문회에서「솔라즈 의원이 「시프터」(국무성인권담당자) 에게 말했다. 한국과 칠레를 비교해 보라. 「시프터」는 비슷한 점으로「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군대」,「고문」을 들었다.『…그러나 한국에는 국회가 있고 정당이 있고 공정한 선거가 있는점이 칠레와 다르다』
글쎄,「시프터」의 말이 옳은지, 그른지는 우리 정치인들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다.
세상일들은 이처럼 하나같이 심드렁해도 어느 구석에는 맑은 물소리도 있다. 이런 얘기가있다.
73세의 최순덕이라는 할머니는 중학입시검정시험에 합격했다. 국민학교 문턱도 가보지 못한 할머니가 수학이며 영어를 어떻게 익혔는지 모른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늦기는 했지만 앞으로 학업을 계속해 대학까지 졸업해 노인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
삶은 우리가 꾸려가기에 따라서는 이처럼 집요하고 아름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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