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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국민 노후 흔들 장기저축보험 세제 혜택 축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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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한기정 보험연구원장

한기정
보험연구원장

우리나라의 노령인구 증가 속도는 매우 빠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고, OECD 평균속도의 2배다. 지금부터 10년 후인 2026년이 되면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노인 빈곤율의 경우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현재 노인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빈곤층으로 분류된다.

급속한 고령화와 심각한 노후빈곤은 국가적 과제로 대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중요하고도 시급한 것은 노후 대비용으로 장기저축을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 절반이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국회와 정부는 연금 등 장기저축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전부터 기울여 왔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장기저축성 보험에 대해서 세제 혜택을 부여해 온 것이다. 장기저축성 보험은 개인이 임의로 가입 여부를 정하기 때문에 세제 혜택 여부에 매우 민감하다.

그런데 최근에 국회와 정부의 움직임은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된다. 정부와 국회는 장기저축성 보험의 세제 혜택 한도를 현행 2억원에서 1억원으로 축소하는 쪽으로 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억대 자금을 저축성보험에 장기간 묶어둘 수 있는 가입자를 서민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전반적으로 줄이고자 하는 세법 개정의 방향에는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은퇴 후 연금을 지급받기 위해서 적립금 1억원을 마련하는 사람을 고소득층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수명이 늘어나니 노후준비를 위해 필요한 자금도 늘어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럴진대 장기저축성 보험금액 1억원이 고소득층의 기준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장기저축성 보험은 노후소득 보장의 핵심 축을 담당해 왔다. 장기저축성 보험에 의한 연금자산 적립액이 국민 전체 개인연금자산 적립금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를 웃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저축성 보험의 세제 혜택을 축소하면 중산층의 노후준비 선택지를 제한하고 노후준비를 심각하게 저해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노후소득 준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파묻혔던 것이다. 결국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 정부의 재정으로 지급되는 공적연금인 기초연금이 도입됐다. 하지만 공적연금을 통한 노후대비는 재원 마련에 한계가 있다. 정부의 예상에 따르면 24년 후인 2040년에는 기초연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이 100조원에 이른다. 이것은 우리나라 경제 및 예산 규모를 감안할 때 정부 재정에 막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과 고령화 속도를 고려할 때 장기저축과 연금 장려는 단순히 고소득층의 재테크를 지원하는 수단이 아니다. 이것은 우리 사회와 후손의 미래를 준비하는, 다시 말하면 미래에 대한 현 세대의 준비이자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다.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는 고령화의 거대한 파도에 대비하여 방파제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눈앞의 세수 확대를 위해 방파제를 무너뜨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

한기정 보험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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