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현대상선이 완전한 ‘해운 동맹’ 맺으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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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해법학회장)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해법학회장)

국가마다 부정기선사는 수백 개가 있지만, 세계 일주를 하는 원양정기선사는 한 국가에 1~2개로 제한된다. 그렇지만 상품은 세계 각국으로 이동되어야 한다. 정기선사는 세계 각국의 모든 항구에 방문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현재 수송능력보다 더 많은 상품을 운송하려는 정기선사로서는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게 된다.

첫째, 다른 정기선사의 선박공간의 일부를 빌리는 계약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이를 슬로트(slot) 용선이라고 한다. 정기선사들끼리 자신의 선박 공간의 일부를 서로 빌려주는 약정을 체결하게 되면 이를 선복교환(slot exchange)라고 부른다. 이런 약정이 체결되면 국내 A사가 운송계약을 체결한 화물이 국외 B사의 선박에 일부 실려서 운송되게 된다.

둘째, 더 나아가 여러 정기선사가 한 노선에 선박을 나누어 배치하여 같이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6척 컨테이너 선박을 가진 국내 A사가 특정 미주 노선의 일주(一週) 단위의 서비스를 위하여 6척의 선박을 모두 투입해야 하는데, 새로이 유럽 노선을 개발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국외 B사와 제휴를 하여 미주 노선에는 자신의 선박 3척만을 넣고 B사의 선박 3척을 추가 투입하는 한편, 유럽 노선에 남은 3척을 넣게 되는 약정을 체결하는 방안이다. 이를 공동운항(선복 공유, vessel sharing)이라고 한다. 이제 국내 A사는 미주의 화물만 운송하다가 그 영업의 범위가 유럽행 화물로까지 확장되어 더 많은 운임수입을 올리게 되는 것이다. 공동운항하에서도 하부 계약으로 선복교환이 이루어진다.

몇 개의 정기선사들이 세계적인 운송망을 갖추면서도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영업을 위하여 배타적으로 선복교환 협정 혹은 선박공동운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을 얼라이언스라고 부른다. 이번에 현대상선은 2M과 선복교환 협정을 배타적으로 체결하였다. 배타적이라는 의미는 자신들 이외의 다른 선사들에게는 선복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약정을 체결하였다는 것이다. 2M의 수송능력은 총 600만 TEU이지만 현대상선은 50만 TEU 정도이다. 수송능력에서 10배 이상 차이가 나므로 동등한 입장에서 선박을 공동운항하는 수준의 협정까지는 체결이 어려웠을 것이다. 현대상선은 몇 년간 힘을 키워 2M과 완전한 형태의 얼라이언스를 체결하여 더 큰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운송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면 더 좋았을 터인데 그렇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최악의 상태로 처리되어 현재 한국 정기선사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진 상태이다. 수출자들이 자신의 화물의 안전한 수송에 의문을 가지지 않도록 정부는 해운정책 및 금융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대량 화주들로 하여금 우리 정기선사에 가능한 많은 화물 운송을 의뢰하게 하는 유인책도 제공되어야 한다. 하나 남은 국적 정기선사는 너무 소중해서 오히려 그 존속과 성장이 절박하게 느껴진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해법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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