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 혁신의 현장] “대구에 720억 투자…IT 한국에 꽂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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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도박(Big Bet)이었다. 그러나 혁신에 혁신을 더한 결과 우리는 성공했다.”

버나드 샬레 다쏘시스템 CEO
“상품 경제 → 경험 경제 진화 주목
우리의 성공 비결? 혁신 또 혁신”

1981년 다쏘항공에서 독립해 창업할 당시를 회고하는 버나드 샬레(59·사진) 다쏘시스템 CEO의 표정엔 자긍심이 가득했다. 15명 엔지니어가 독립해 35년 만에 직원 수 1만4000명, 고객사 1만2600개, 세계 각지에 43개 연구소를 둔 글로벌 기업이 되었다. 95년 CEO로 취임해 20년 동안 기업 혁신을 주도한 그는 “다쏘시스템의 혁신 정신은 불가능한 영역에 도전해서 그것을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3D(3차원)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봤나.
“시장의 확장성을 예상하고 뛰어들었지만 그 속도와 범위는 예측하기는 어려웠다. 전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시장의 반응에 따라서 이후 개발과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이유다. 창업 당시 3D 시장 규모는 40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우리가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이면서 이후 80억 달러로 확장됐다. 다시 3D PLM(제품 수명주기 관리)로 혁신을 일으키자 시장은 160억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CEO로서 어떤 혁신을 이끌었나.
“우리의 선택이 고객에게 늘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필요하다면 고객에게 ‘노’라고 말할 용기를 임직원에게 강조한다. ‘언제나 예스’는 우선순위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기적 비전과 이에 맞는 행동을 늘 중요시 한다. 장기적 목표에 위협이 된다면 단기적인 결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경험의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지금의 경제는 상품의 경제에서 경험의 경제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물건을 샀을 때 제품의 기능 중 절반 정도는 나에게 아무 쓸모가 없고, 정작 내가 쓰고자 하는 기능은 20% 정도에 불과한 경우도 있다. 경험의 경제에서는 그 20%의 가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데 주력한다. 서비스와 그것을 통한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한국에 지속적인 투자를 하는 이유는.
“한국엔 삼성전자·현대차·KAI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이 많다. 우리가 제공하는 솔루션과 이 기업들의 혁신적인 프로세스는 아주 궁합이 좋다. 특히 IT 기술이 발달한 한국은 우리에겐 최적의 시장이다. 97년에 다쏘시스템 한국법인을 세우고 2010년부터 720억원을 투자해 대구 최초의 해외기업 R&D센터인 조선해양산업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했다. 대구지역에 50여명의 청년일자리가 생겼다. 한국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으로 보지 않는다. 우리와 함께 성장할 산업군이 많다.”
한국 기업의 혁신 수준을 평가한다면.
“한국은 제조 기업 위주의 수출강국이다. 내수만으로 경제 성장을 이루기는 힘들다. 그러나 최근 한국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가 둔화되는 모습이 보인다. 바람직하지 않다. R&D 투자가 둔화되면 국제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조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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