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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기업] 수산물 이력제 도입 10년 경과 소비자 위한 역할 더욱 커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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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특정 지역에서 발생한 콜레라로 인해 전국의 어업인은 물론 횟집을 비롯한 관광업계까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콜레라 원인을 잘못 발표한 질병관리당국에 어업인들이 집단 항의 방문을 하는 등 수산업계 전체가 억울함을 토로하였다.

기고│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2013년엔 일본산 수입 수산물의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로 우리나라 수산물 소비가 크게 감소한 경험이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등 산지위판장
수산물 이력제 적극 참여해야
소비자에 정확한 정보 제공하고
투명한 유통으로 신뢰 얻어야

이처럼 수산물 위생·안전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수산업계가 큰 타격을 입는 이유는 수산물 생산이 광범위한 바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또 규격화·표준화된 다른 일반상품들과 달리 활어·선어·냉동·가공 등 다양한 형태로 유통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는 이를 확인하기가 어려워 우리나라 연근해 수산물의 뛰어난 맛과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식품산업에서 소비자들은 엘빈 토플러가 언급한 프로슈머 개념의 소비형태를 띄고 있다. 내가 먹는 식품 이력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물론 나아가 이 제품의 장점과 단점을 직접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다른 소비자들과 의견을 교환하여 소비자의 관점에서 새로운 식품정보를 생산한다. 수산물의 경우에도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따라 생산에서 소비까지 모든 단계를 관리하는 체계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것이 수산물 이력제이다.

수산물 이력제는 수산물의 장·단점을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 수산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수산물 질병 발생, 저품질 상품유통 등 식품안전 문제로부터 소비자들을 안심시켜야 할 필요성이 증가됨에 따라 탄생하게 되었다. 최근 식품에 대한 정보를 자세히 확인하고자 하는 소비성향에도 부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수산물에 대한 이력 관리가 2005년 시범사업으로 추진됐다. 이후 10년이 경과됐다. 현재 고등어·오징어·갈치·멸치·전복·김·미역 등 중점 추진 품목을 비롯한 43개 수산물을 대상으로 이력 관리를 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에서는 올해부터 ‘수산물 유통의 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률’로 이력제의 법적근거를 이관했다. 소비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자신이 소비할 수산물의 이력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체계도 갖추어 놓고 있다.

지난 2011년 유럽 및 미국에서 철저한 이력관리로 대규모 식중독 사건의 진원지와 원인을 밝힐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수산물 이력제도 사고 발생 시 원인을 밝힘으로써 국민 건강을 지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여 소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주는 훌륭한 제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 부산공동어시장과 같은 산지(産地)위판장은 어업인이 어획한 수산물을 양륙하여 선별·경매·포장 등의 과정을 거처 전국 각지로 유통을 시작하는 출발점이자 수산물 이력정보를 처음 작성하는 곳으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하 다. 따라서 전국의 산지위판장은 사명감을 가지고 이력제도에 적극 참여해야 할 것이다.

다시 우리 수산물이 콜레라 주범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다양한 노력과 더불어 산지를 비롯한 모든 유통단계에서 이력제도에 적극 협력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은 이력제품을 찾아 소비하는 합리적인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주학 부산공동어시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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