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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쉰들러' 현봉학 박사 공적, 동상으로 기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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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ㆍ25전쟁중 중공군의 개입으로 흥남 철수 작전이 진행될 때 민간인 1만 4000여명의 피난을 도왔던 고(故) 현봉학(1922~2007) 박사의 동상이 그의 옛 모교 자리에 세워진다. 보훈처 관계자는 18일 “1950년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일으킨 현 박사를 추모하기 위해 국가보훈처와 해병대사령부, 연세의료원 주최로 동상을 세우기로 했다”며 “19일 오후 3시 그의 옛 모교터인 서울 남대문 세브란스 빌딩 광장에서 제막식을 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세브란스 빌딩 광장에서 제막식을 하는 고 현봉학 박사의 동상 [사진 국가보훈처]

흥남철수작전은 1950년 11월 말 중공군의 개입으로 함경남도 장진호 부근에서 국군과 유엔군이 포위되자 그해 12월 22일부터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까지 흥남항을 통해 10만 5000여명의 군인을 후방으로 철수시킨 작전이다. 당시 통역관(해병대 문관)이던 현 박사는 항구에 모여있는 피난민들을 함께 데려가 달라며 에드워드 알몬드 미군 10군단장에게 애원했다. 미군과 한국군 후퇴를 위해 200여 척의 함정들이 동원됐지만 민간인들을 태울 공간이 없었고, 그냥 철수할 경우 피난민들의 생사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현 박사은 알몬드 장군과 자신이 승선해 있던 수송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레너드 P. 라루 선장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 이에 이들은 배에 실려 있던 무기와 군수물자를 버리고 1만 4000여 명의 피난민들을 수송선에 태웠다.

수송선은 2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부산은 이미 피난민으로 가득찼다는 이유로 입항이 거절됐다. 라루 선장은 80㎞를 더 항해해서 크리스마스인 25일 장승포항에 피난민들을 하선시켰다. 이 같은 현 박사의 활약상은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에 소개돼 널리 알려졌다.

국가보훈처는 같은 해 현 박사를 6ㆍ25 전쟁영웅으로 선정했다. 19일 제막식에는 수송선에서 태어난 손양영ㆍ이경필 씨가 참석해 은인의 동상 제막식을 축하할 예정이다. 보훈처 관계자는 “당시 한명의 민간인이라도 더 태우기 위해 민간인들도 짐을 버려 추위와 배고픔에 떨었던 지옥같은 시간이였지만 피난민들은 홍해를 건너는 기적과 같은 사건에 비유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으로 기억하고 있다”며 “1200여명의 유대인들을 나치에서 구해내 칭송받는 쉰들러에 못지 않은 역할을 한 현 박사는 한국의 쉰들러”라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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