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쇼크' 증시 영향 어디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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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투신사망 소식은 증권시장에도 직격탄이 됐다. 4일 증시에서 鄭회장이 지분을 가진 현대상선·현대종합상사의 주가가 급락했으며, 현대건설 등 그룹 관련주도 약세를 면치못했다.

또 이번 사건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鄭회장 그룹 계열사에 국한될 것이라는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투자분위기가 위축되면서 종합주가지수도 시간이 갈수록 낙폭이 커졌다.

◇현대 관련주 급락=鄭회장이 지분 4.9%를 가진 현대상선은 이날 2백75원(8.7%) 하락한 2천8백80원으로 마감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자동차 운반선 매각으로 구조조정이 사실상 끝난데다 최근 해상운임의 상승으로 경영여건이 좋아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가흐름도 양호한 편이었다"며 "鄭회장의 사망에 따라 향후 경영권 공백 등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종합상사의 주가도 35원(8.3%) 내린 3백85원으로 마감했다. 현대종합상사에 대한 鄭회장의 지분은 1.2%에 불과한데다 채권단 공동관리에 따라 오는 25일 8.9대 1로 전액 감자될 예정이다.

따라서 鄭회장의 입김이 거의 미치지 못하는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협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대외 신인도에 다소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으로 증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 외에도 鄭회장 계열 11개사 가운데 현대증권.현대정보기술.현대엘리베이터 등도 4%대의 하락률을 보였다.

또 鄭회장과 직접 관련이 없는 현대차그룹의 현대차.기아차.INI스틸 등의 주가도 일제히 약세였다. 그러나 정몽준씨가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은 7백원(2.6%)오르며 현대 관련사 중 유일하게 주가가 올랐다.

◇대북 경협주도 약세=鄭회장의 투신사망 이후 강명구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이 대북 경협사업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대표적인 대북 경협주로 꼽히는 현대건설이 6.1% 급락한 것을 비롯해 대림산업.제일모직.LG상사.KT&G 등 대북 경협주가 약세였다.

교보증권 임송학 이사는 "현대아산이 주도해온 대북 경협은 규모나 속도에서 다소 무리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었다"며 "鄭회장의 사망으로 민간차원의 경협은 당분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가 조기회복에 무게=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4백56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지만 개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순매도가 늘면서 전날보다 8.72포인트 하락했다.

鄭회장의 사망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그의 사망에 따른 증시 영향은 鄭회장의 영향권 내에 있는 현대상선 등에 국한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대우증권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가 지난해 말 鄭회장 그룹 계열에서 완전히 분리된데다 현대차.현대중공업 그룹이 독자적인 경영을 안착시킨 단계이기 때문에 이들 그룹으로 파장이 미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반응도 비슷하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鄭회장의 사망은 정치.사회적인 관점에서 충격은 크지만 경제적인 면에서는 일회성 사건으로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현대상선.현대종합상사.현대정보기술.현대증권 등 鄭회장 그룹 계열사들의 주가는 경영권 공백 등에 따라 당분간 주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지만 이들 회사가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며 "심리적 충격이 완화되면 현대상선 등의 주가도 정상적인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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