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자 10명중 3명은 술체질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왜 사람에 따라 술을 잘 마시기도하고 못마시기도하며 어떤이는 전혀 입에 대지도 못하는 것일까. 보통 술이 몸에 받느냐 받지않느냐로 풀이하지만 사실은 몸안에 알콜을 분해하는 효소가 있는지의 여부가 술 체질을 좌우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남자 10명중 3명은 선천적으로 이러한 알콜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전혀 없어 체질적으로 술을 마실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양대의대 백용균교수(유전학)가 85년부터 2년간 서울·대전·제주등에 거주하는 남자4백20명을 대상으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 유전인자 보유조사결과 26.2%인 1백10명이 이 유전인자를 갖고 있지 않은것으로 밝혀졌다.
술을 일단 마시게되면 체내에 흡수돼 1차로 알콜분해효소(ADH)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로 바뀌고 이 물질은 간으로 들어가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에 의해 아세테이트 즉 초산성분과 물로 변한다.
초산은 다시 아세틸조효소와 합치면서 에너지를 방생하게 되는데 이같은 알콜의 대사과정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세트알데히드.
왜냐하면 술은 그 자체가 독이 아니라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었을때 비로소 독성을 발휘하며 이때문에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심하게 뛰며 근육이 이완되는등 술에 취한 현상을 나타낸다.
따라서 아세트알데히드 분해효소(ALDH)가 없으면 술을 전혀 마시지 못하거나 조금만 마셔도 각종부작용이 뒤따라 결국 술과는 인연이 멀 수밖에 없다.
이같은 유전자의 보유비율은 민족적으로 달라 우리나라 남자들의 ALDH제조유전자 보유비율(73.8%)은 중국인(65%)·인도네시아인(61%)·인디안(61%)·일본인(56%)·베트남인 (43%)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 따라서 한국인은 태국인(92%)을 제외하고는 동양권에서 술이 가장 센것으로 나타난 반면 서양인및 혹인(모두 1백%보유)에 비해서는 훨씬 술이 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유전학적 분석은 실제의 알콜섭취량 조사와도 거의 맞아떨어지고 있다.
84년 세계각국의 1인당 알콜섭취량(1백%알콜로 환산한 분량임) 순위를 보면 1위의 룩셈부르크(연간 19.3ℓ)를 비롯해 26위까지는 모두 유럽(22개국)·북미(2개국)·대양주(2개국) 지역국가들이었고 27위에 한국(6.2ℓ)·28위에 일본(5.9ℓ)이 랭크돼 알콜분해효소중 ALDH의 보유비율과 비례하는 것을 쉽게 알수 있다.
백교수는 『그러나 ALDH 제조유전인자를 보유한 73.8%중에도 상당수의 남성이 술을 잘 마실수 없어 실제로 우리나라 남성중 술을 좋아하는 사람은 50%를 조금 넘을것』이라고 추산했다.
ALDH제조유전인자가 있어도 그것이 만드는 ALDH가 기능이 약하거나 변이형인 경우 알콜의 독성제거를 제대로 할수없기 때문이다.
한편 원래 술을 잘마시지 못하던 사람이 점차 술을 즐기게되는 이유에 대해서 백교수는 ALDH유전자를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다가 술을 조금씩 마시면서 유전자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독성분해능력이 생기게 되는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이 경우도 유전인자가 없는 경우는 불가능하다는것.
그런데 ALDH제조유전자를 1백% 보유한 구미인들에게서 오히려 알콜증독자가 많아 ALDH가 많은것이 반드시 좋은것만은 아니라는것이다. <윤재석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