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뚜껑열자 "의외의 인물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박종철군 고문경찰관 축소조작·은폐사건이 몰고온 「5·26개각」의 회오리 바람은 예상은 했으나 뜻밖의 인물의 발탁에 대한 놀라움이 엇갈린 착잡한 반응.
박군사건 충격에 따른 민심수습을 위해 단행된 개각에 총리·부총리와 사건실무책임장관인 내무·법무부장관, 검찰총장이 경질되자 정부의 모든 부처가 술렁였다.
특히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이 두번·세번째 반전(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깊숙한 수렁에 빠져 허위적거렸던 내무·법무부는 26일 아침 개각소식이 전해지자 「올것이왔다」는 침울한 분위기.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는 지난 18일의 해운항만청장경질로 문책이 일단 끝난것으로 간주, 「설마」했다가 뚜껑이 열리자 어리둥절한 분위기.
이날아침 개각을 위한 국무회의가 예고되자 정부각부처공무원은 물론 시민들도 사무실과 차중에서 라디오와 TV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들.
박종철군사건과 함께 부산형제복지원·범양사건등과 관련, 전면개각을 예상했던 탓인지 시민들은 『총리가 바뀌면서 장관은 의외로 적게 바뀌었다』며 『이정도로 흩어진 민심이 수습되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경제기획원>
○…김만제부총리의 경질을 비롯한 경제팀 주요 포스트의 개편에 대해 거의 「경악」에 가까운 반응들.
이번 개각 전날까지만 해도 박종철군사건으로 예상되는개각이 대폭으로 가더라도 경제팀은 범양파동때 「재신임」을 받은 직후니만큼 인사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주류였기 때문.
결국 범양때 미진(?)했던 구석이 있었다는 뒤늦은 판단이 이번 「박군개각」을 계기로 함께 단행된 셈인데 경제팀장이 바뀌면서도 정인용재무장관이 그자리를 승계했고, 안무혁 국세청장이 안기부장으로 중용되는 것을 보면 김부총리의 경질도 어디까지나 경제팀총수로서의 도의적인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냐는 판단들.

<내무부>
○…정호용장관이 단명장관으로 끝난 26일 내무부 직원들은 임시국무회의 소집소식을 모르고 있다가 방송보도를 통해 일괄 사표소식이 전해지자 개각범위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설왕설래하다 정장관 경질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들.
직원들은 『정장관이 부임한지 4개월밖에 안된채 물러나 단명장관이 되고 말았다』며 『대국민 정부이미지 쇄신을 위한 정치적 조치라는 점에서 전임장관의 업보를 둘러썼다』 며 동정하는 분위기.
정 내무부장관은 『홀가분하다』고 이임소감을 피력.
정장관은 『이번 개각은 내무부산하의 일로 하는 것인데 내무부장관이야 당연히포함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면서 지난 일요일 정부대책회의에서 민심쇄신을 위한 내각총사퇴 방안을 합의했었다고 털어놨다.
정장관은 그러나 자신은 지금도 박군 고문치사사건에 대해 『잘모르겠다』고 말하고 『장관이 정치적인 책임을 졌으니 치안본부장까지 함께 책임을 물을 필요는 없는것』이라고 이영창치안본부장의 유임을 설명했다.

<법무부>
○…법무부간부들은 26일 상오9시쯤 과천청사에 출근한뒤에야 개각을 위한 임시국무회의가 상오9시부터 시작된 사실을 알고 착잡한 분위기속에 모여 개각폭을 점치기에 바쁜 모습.
박군사건 범인조작 사실이 밝혀진뒤 시종 침울한 표정이었던 법무부관계자들은 임시국무회의 소집 소식에 「올것이 왔다」는 허탈감을 보이며, 소속장관경질은 기정사실로 쳐놓고 타부처에 관심을 보이기도.
정해창 신임 법무부장관은 이날 상오9시40분쯤부터 검찰총장실에서 열린 대검간부회의에 참석도중 개각사실이 알려져 즉석에서 축하인사를 받았다.
개각이 발표되면서부터 대검차장실에는 축하전화가 빗발쳐 비서실직원2명이 전화를 받느라 진땀을 흘렀고 대부분의 검찰 관계자들은 남아있던 고시8회의 퇴진이 예상외로 빠르다는 표정들.
그러나 한 검찰간부는 그동안 고시8회가 장관(정치근·배명인·김석휘·김성기)과 검찰총장(정치근·김석휘·서동권)을 독점해왔기 때문에 이젠 검찰도 젊어질 때가 됐다고 말하기도.

<검찰>
○…임시국무회의가 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검찰관계자들은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퇴진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다 정해창장관-이종남총장으로 발표되자 의외라는 표정들.
한검찰관계자는 『지난21일 고문경찰관 3명을 추가로 구속할때만해도 이같이 엄청난 후유증이 있을것으로 예상치 못했었다』며 『당시에는 경찰관3명에대한 추가구속이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을줄 알았었다』고 말했다.

<증권가>
○…지난 「5·18」개각이 보각성격을띤 소폭에 그쳐 실망(?)을 했던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후속으로 대폭의 개각이 있을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했었는데 26일 막상 대폭개각의 뚜껑이 열리자 「의외」라는 표정들.
당초 증시에서는 범양상선과 관련돼 대폭 개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이 재수사되면서 이에대한 문책겸 분위기쇄신용 개각이 있을것으로 이야기들이 나돌았는데 총리·부총리가 전혀 예상밖(?)의 인물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있다.
게다가 내무·법무부장관과 안기부장등이 경질돼 분위기쇄신의 의미가 짙다는 평.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