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의 대화요령」가르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원만한 가족관계의 중요 조건으로 바람직한 대화가 거듭 강조되면서 「대화」의 참뜻과 그 요령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한국심리상담연구소는 「부모역할훈련」을 통해 자녀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용기를 북돋우며 자신감을 키워주는 대화방법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있다. 한국걸스카우트연맹은 매주토요일 하오중·고생들이 대화를 통해 마음을 터놓게하는 집단상담프로그램 「청소년 토요대화모임」을 열며, 서울YMCA는 매주 금요일 하오 실시중인 수험생 부모 대상의 특강에서 6월에는 「가정에서 수험생과 부모의 대화방법」을 강연한다.
심리상담연구소의 「부모역할훈련」참가자는 초·중·고생 자녀를 둔 30∼40대 어머니들. 『솔직한 생각과 느낌이 담긴 대화는 명연설이나 웅변못지않게 어려운것 같다』고 입을 모으는 어머니들은 『꼭 해야할 얘기와 절대로 삼가야할 얘기를 판단하기조차 곤란할때가 흔하다』고 털어놓았다. 남편이 자녀를 꾸짖을때 남편을 거들어야 하는지, 남편의 훈육태도와 방법에 분명히 문제가 있든가, 자녀가 부모의 꾸중및 설득에 승복하지 않는 눈치일때는 어떻게 해야 좋은지등 각자의 실제상황에 대한 질문이 만발.
한편 자신들의 자녀에 대한 양육태도는 친정부모의 그것과 매우 닮아있으리라는 서강대 김인자교수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 어머니는 잘 먹이고 입히기만 하면 부모역할을 다한것으로 알던 친정아버지에 대해 유독 못마땅하게 여겼던 자기자신이 바로 그런 어머니가 되어있는것 같다고 반성.
다른 어머니는 『친정부모의 전통적 교육방법탓인지 자녀들과의 문제가 생기면 대학에서 전공한 교육학 이론대로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채 늘 자신이 없고 심한 갈등을 겪게된다』 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자신의 속마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채 자녀들이 스스로 알아서 처신해주기만 바랐다는걸 깨달았다고.
참가자들은 매주 자녀와의 관계향상을 위해 각자 계획·평가하는 숙제를 해온다. 우선 1주일동안 자녀와의 관계에서 특별한 관심사를 적은뒤 그 문제에 대한 과거의 평소반응이 대화나 훈계·잔소리·화내기·벌주기·위협·경고·창피주기등 여러가지 바람직하지못한 사항들 가운데 어떤것이었는지를 적어보게하는것.
그리고 의도적으로 노력한 결과 자녀에 대해 귀기울이기, 엄격하고도 친절한 행동, 일관성 유지, 격려, 상호존중, 사랑의 전달, 자립심 자극, 즐거운 대화시간 갖기등 바람직한 대화자세의 측면에서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스스로 평가해보게 한다. 최선의 대화를 통해 자녀에게 책임감·자신감·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잠재력도 최대로 발휘토록 하려는 것이다.
5월의 대화주제를 「가정속의 나」로 정하고 청소년대화모임을 열고있는 걸스카우트연맹의 임송자부장도 『형제간의 심한 갈등이나 부모의 몰이해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은 대화방법이 매우 서툴러 자기자신을 상대에게 제대로 이해시키지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한다. 또 쫓기는 임시교육이나 직장생활 때문에 가족끼리 충분히 대화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는 생활을 당연시하는것도 큰문제라며 『대화결핍이 가정불화나 자녀의 가출과 탈선및 정신질환 등으로 번지기전에 진지하게 고려해야할것』이라고 강조. <김경희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