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했던 저걸로 이제 이걸…' 최순실-박근혜 어록 싱크로율 1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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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씨의 육성 녹음 파일은 그 동안 '근혜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박근혜 대통령의 화법과 놀랍도록 일치했다.

두 사람의 어록을 비교해보면 어느 것이 누구의 것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우선 최씨의 어록.

JTBC가 단독 입수한 최씨의 태블릿PC 내용이 보도되자 대응방안을 지시하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고한테 정신 바짝 차리고 걔네들이 이게 완전히 조작품이고 얘네들이 이거를 저기 훔쳐가지고 이렇게 했다는 걸로 몰아야 되고, 이성한이도 아주 계획적으로 하고 돈도 요구하고 이렇게 했던 저걸로 해서 이걸 이제 하지 않으면…분리를 안시키면 다 죽어."

최씨의 화법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문장을 끊지 않고 장황해 의사 전달이 또렷하지 않다.

2. 말이 막힐 때 '이거를' '이렇게' '이걸' '저걸' 등 의미가 모호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문장을 이어간다.

그런데 이런 특징이 박 대통령에게서도 나타난다.

그 트라우마나 이런 여러 가지는 그런 진상규명이 확실하게 되고, 그것에 대해서 책임이 소재가 이렇게 돼서 그것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투명하게 처리가 된다. 그런데서부터 여러분들이 조금이라도 뭔가 상처를 위로 받을 수 있다, 그것은 제가 분명히 알겠습니다."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유가족과 면담에서 박 대통령이 했던 대답이다.

하나 더 살펴보자.

지금까지도 우리 한·중 관계는 협력적 관계로 이렇게 발전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지속이 될 것이고 더 업그레이드 시켜 나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2012년 11월 8일 대통령 후보 시절 외신기자클럽 기자회견 중 한중관계 발전 계획에 대한 답변이다.

후보 시절과 대통령이 된 후의 화법이 차이가 없다.

박 대통령의 화법이 난해하다는 평가는 많았다.

'근혜어 번역기'나 '강의'가 등장할 정도로 풍자와 비판의 단골 소재였다.

네티즌들은 이 독특한 화법을 박 대통령과 최씨의 각별한 친밀감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는다.

친한 친구끼리 서로의 언어 습관을 닮아가는 것처럼 두 사람도 수십년 간 쌓인 친밀감이 비슷한 언어 습관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근혜어'로 불렸던 이들의 화법 명칭도 '근혜-순시리어'로 바뀌었다.

"근혜어의 오리지널 버전", "정호성 비서관이 최씨와 통화를 녹음한 이유가 있었네. 한번에 못알아 들었겠다"란 의견들도 온라인에서 회자되고 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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