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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공태양, 70초 동안 ‘이글이글’…세계 최장 운전 신기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장치(KSTAR)가 '고성능 운전 모드'에서 세계 최장 시간 가동에 성공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14일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를 '고성능 운전 모드(H모드)'로 70초 동안 가동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 초전도 핵융합장치 중 최장 운전기록이자, 지난해 KSTAR가 달성했던 기록(55초)을 재차 뛰어넘은 신기록이다.

핵융합장치 운전모드는 3단계로 구분된다. ▶1단계는 저성능 운전모드(L모드) ▶2단계는 고성능 운전모드(H모드) ▶3단계는 차세대 운전모드(ITB모드)다. 장치 내부에 플라즈마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가둘 수 있느냐에 따라 단계를 구분한다. L모드 대비 H모드는 특정 조건에서 플라즈마를 가두는 성능이 2배 가량 뛰어나다. KSTAR는 이중 2단계 모드로 장치를 가동했다.
나아가 KSTAR는 3단계인 ITB(Internal Transport Barrier·내부수송장벽) 운전모드도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H모드는 플라즈마를 가두는 성능을 높였지만, 플라즈마의 가장자리에서 급격한 온도차가 발생해 경계면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런 불안정 현상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플라즈마를 가둘 수 있는 차세대 운정 방식이 ITB모드다.

ITB 운전모드를 현실에서 구현한 것은 KSTAR가 세계에서 처음이다. 때문에 KSTAR는 향후 차세대 핵융합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KSTAR의 이번 핵융합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한국이 전력 소비 세계 12위의 에너지 소비국이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입액만 연간 600억~700억달러에 달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 원자력발전소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고, 화석연료를 이용하는 발전소는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핵융합발전은 태양이 빛을 내는 원리(핵융합)를 이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 받는다. 핵융합 반응을 이용해 핵융합발전소를 만들면 전기 등 대용량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핵융합을 하려면 태양과 같이 온도·압력이 높은 상태를 지구에서 만들어야 한다. KSTAR는 자기장이나 레이저 등을 최대한 활용해 온도와 압력을 높여 태양과 같은 환경을 조성하는 장치다. KSTAR는 ‘인공 태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이 핵융합연구에 적극적이다.

물론 핵융합발전소를 상용화하기까지 KSTAR가 넘어야할 난제가 남아있다. KSTAR가 70초(1분10초) 동안 H모드 운전에 성공하며 최초로 ‘분 단위’ 가동 시대를 열었지만, ‘시 단위’ 가동이 가능하도록 플라즈마 유지 기술을 끌어올려야 한다. 또 고온·고압의 극한 환경에서도 파괴되지 않는 핵융합 소재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

동력 변환 기술 개발도 과제다. 핵융합 반응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를 보유한 중성자가 튀어 나오는데, 이때 중성자가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할 수 있도록 운동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변환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핵융합장치 내부에 있는 초고온 플라즈마의 움직임을 원하는 대로 제어하는 것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2040년까지 이런 난제들을 해결해 실제로 핵융합발전소를 설립한다는 목표로 KSTAR를 이용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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