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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크레인 추락사고 인부들 안전장비 안해…사람 못타는 크레인에 바스켓 달아

중앙일보

입력

지난 12일 오후 공장 외벽 판넬 보수작업을 하다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이 뒤집혀 서모(53)씨 등 인부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 현장. [사진 청주서부소방서]

지난 12일 오후 공장 외벽 판넬 보수작업을 하다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이 뒤집혀 서모(53)씨 등 인부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고 현장. [사진 청주서부소방서]

충북 청주에서 크레인에 매달린 바스켓을 타고 공장 보수작업을 하던 인부 4명이 떨어져 2명이 숨진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였다.

13일 경찰과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등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후 1시29분쯤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한 공장에서 크레인에 매달려 외벽 판넬 공사를 하다 사고와 관련 추락한 인부들이 안전루프와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사람이 탈 수 없는 일명 ‘카고 크레인’에 바스켓을 달아 작업을 했다.

이 사고로 20년간 공사 현장에서 동고동락한 삼형제가 화를 당했다. 큰 형 서모(53)씨와 그의 막내 동생(48)이 목숨을 잃었다. 둘째 동생(49)과 나머지 한 명도 중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공장 외벽 패널 보강 작업을 하던 인부들이 크레인에 매달아 놓은 바스켓이 갑자기 뒤집히는 바람에 8m 아래 콘크리트 바닥으로 추락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조사 중이다. 당시 작업을 하던 크레인은 사람이나 작업대를 매달 수 없는 카고 크레인이었다. 카고 크레인은 와이어로 건축자재 등만 옮길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는 ‘이동식 크레인을 사용해 근로자를 운반하거나 근로자를 달아 올린 상태에서 작업에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외벽작업이나 간판교체, 외벽청소, 페인트 작업 등 사람이 탈 수 있는 크레인은 정식 인증을 받은 고소(高所)작업차 만 가능하다. 업체관계자와 사고를 당한 인부들 모두 이런 기본을 무시했다.

크레인 업체 대표 이모(40)씨는 “100㎏ 이상 되는 판넬은 자재를 들어올리는 카고트레인, 사람을 태우는 스카이차(고소작업차) 두 대를 써야 하는데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카고트레인을 불법 개조해 사람을 태워 두 작업을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바스켓이 버틸 수 있는 최대 중량은 보통 200~300㎏이다. 4명이 동시에 탔다면 바스켓 안전핀과 지지대에 무리가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을 살펴본 고용노동부 청주지청 관계자는 “사고 업체가 불법 개조한 크레인을 쓴 게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업체가 작업 현장의 안전 문제를 전담하는 직원을 뒀는지도 확인 할 예정이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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