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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모든 작품 첫 완역본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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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상섭 연세대 영문과 명예교수

이상섭 연세대 영문과 명예교수

한 노(老)영문학자의 평생 공력이 담긴 역작이라고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상섭(79) 연세대 영문과 명예교수가 10년에 걸쳐 국내 첫 완역 출간한 『셰익스피어 전집』(문학과지성사) 얘기다(사진).

이상섭 10년 역작 『셰익스피어 전집』
희곡 38편, 시 6편…책 무게만 4.5㎏

A4 용지보다 큰 판형에 두께 7㎝(1808쪽), 무게가 4.5㎏이나 나간다. 시대를 초월한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의 모든 작품을 단 한 권에 담아서다. ‘햄릿’ 등 4대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 등 희곡작품 38편에 154수 연작시인 소네트 등 시 6편을 더해 모두 44편이 실려 있다. 지금까지 셰익스피어 전집이 없지는 않았지만 시를 빼놓거나 일어번역판을 다시 한국어로 옮긴 중역이었다. 올해는 마침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이어서 뒤늦었지만 전집 출간의 의미가 더 각별하다.

이 교수는 65세로 정년 퇴임한 이후 셰익스피어 전집 번역에 전념했다고 한다. 책 앞머리 ‘옮긴이 서문’에 따르면 이 교수는 초등학교 시절 세익스피어를 처음 접했다. 중학교 때 원서를 접했고, 대학원 시절 본격적으로 읽어 1964년 미국으로 유학갔을 때 셰익스피어의 모든 작품을 읽은 학생은 자신뿐이었다고 한다. 말년에 번역에 손댔으니 “셰익스피어는 내 문학 인생의 앞과 뒤를 활시위처럼 팽팽히 묶어놓은 셈”이라고 표현했다.

이 교수는 셰익스피어가 산문이 아닌 운문으로 희곡을 쓴 ‘시인’이라는 점, 그렇기 때문에 우리말로 무대에 올렸을 때 청중이 운문 가락의 신명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고심 끝에 이 교수가 택한 방법은 셰익스피어 영어를 우리의 전통 가락인 4·4조, 7·5조로 옮기는 것이었다. 때문에 ‘햄릿’의 유명한 한 구절, ‘To be, or not to be-that is the question’은 ‘살아 부지할 것인가, 죽어 없어질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같은 기존 번역을 대신해 ‘존재냐, 비존재냐,-그것이 문제다’로 옮겼다. 영어 원문의 행갈이와 일치하고 문장이 훨씬 간결한 느낌이다.

무대 상연을 전제로 한 번역이라고 하지만 실제 연극인들이 이 교수의 희곡을 그대로 쓸지는 미지수다. 단 읽기 편해진 셰익스피어는 독자들에게는 이득이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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