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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배지영 기자의 우리아이 건강다이어리] 순하면 바깥 활동 많이 시키고, 까다로울수록 단호하게 키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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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Q. 7세·4세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는 순해서 신경 안 써도 잘 자랐는데, 둘째 아이는 너무 까다로워서 고민이 많습니다. 기질이라는 게 정말 있나요? 기질에 따라 양육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A. 눈·코·입이 다르듯 기질도 모두 다르게 태어납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순한 아이가 40%, 까다로운 아이가 10%, 늦되는 아이가 15% 정도이고 나머지는 이 세 가지 유형이 혼재돼 나타납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타고난 기질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양육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그래야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기질이 순한 아이는 잘 웃고 산만하지 않으며 집중력이 있습니다. 이런 아이는 긍정적인 격려를 많이 해주면 큰 문제 없이 잘 자랍니다. 하지만 순한 아이일수록 내적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습니다. 감정을 쉽게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바깥 활동을 많이 하게 유도해 스트레스를 분출하는 시간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수줍음이 많은 기질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질책은 금물이며 시간이 약입니다. 예컨대 엘리베이터에서 어른을 만났을 때 인사하지 않고 엄마 뒤로 숨는다면 억지로 인사하게 해선 안 됩니다. 만 7세까지는 부모가 솔선수범해 인사하는 모습을 자꾸 보여주기만 하면 됩니다. 이렇게 노력을 하다 보면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자연스레 부끄러움이 줄어듭니다. 또 집에서라도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많이 시켜 독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자신이 편안해하는 친구가 있는 소집단 활동을 늘리는 것도 좋습니다.

유독 모든 일에 늦된 기질도 있습니다. 생활 리듬은 정확한 편이지만 기는 것, 걷는 것, 말문이 트이는 시기도 늦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조심성이 많아 자극을 천천히 받아들입니다. 다그치면 더욱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므로 천천히 다독이는 게 좋습니다. 환경 변화는 되도록 적게 주고 보육기관도 한 곳에 오래 다니도록 합니다. 신중한 성격 때문에 나중에 학업 성적이 좋은 경우가 많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마지막은 까다로운 아이입니다. 몸을 지나치게 많이 움직이고 산만하며 잘 울고 보챕니다. 이런 아이는 밝고 따뜻하며 조용한 곳에서 키우는 게 도움이 됩니다. 클래식 음악을 집에 계속 틀어놓는 것도 도움됩니다. 또 이런 아이는 유독 예민해 하는 게 있는데, 그 요인이 뭔지 살펴보고 이를 강요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피부에 거슬리는 옷, 특정 음식이 혀에 닿는 감촉, 냄새나 향 등에 민감해 할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기질 중 공격적인 아이도 있습니다.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소리를 지릅니다. 이런 아이에게는 단호한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는 단호히 혼내야 합니다. 한번 안 된다고 한 것은 끝까지 안 된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혼내는 게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오냐오냐 했다간 학교 가서 왕따당할 우려가 있습니다. 단,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혼을 내도 삐뚤어지지 않습니다. 평소 칭찬과 격려를 듬뿍 하고, 혼을 내고 난 다음에는 꼭 껴안아 주며 다독여야 부모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습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아주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선미 교수
참고서적=『EBS 60분 부모』(지식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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