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넘치는 70대 정열|박영선·이?치·장욱진 화백 작품전 잇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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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한국 현대미술사에 독특한 선을 그어온 70대 원로들이 5월들어 의욕적인 작품전을 잇달아 가짐으로써 초하의 열기를 앞당기고 있다.
지난 7일부터 백송화랑에선 서양화단의 원로 박영선 화백 (77)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730)5824).
세밀한 묘사력을 바탕으로 도시적인 우수와 연민의 여체를 탐미적으로 추구해온 박 화백은 15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전시회에서 인물화 중심의 근작 40여점을 내놓았다.
동경 가와바타(천단) 미술학교 출신인 박 화백은 선전에 특선(연5회)수상(2회), 일본문전에 입선(3회)한 후 이대·홍익대·중앙대교수를 역임했으며 3·1문화상·예술원상을 수상했다. 현재 예술원 원로회원이며 중앙대 명예교수로 매주 한번씩 안성캠퍼스까지 출강하기도 한다.
한편 한국화의 대가 현초 이유태 화백 (71)의 고희기념전이 15일부터 20일까지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에서 열린다. 제자들인 이화여대 동양화과 동문들이 마련한 전시회다. 83년 개인전이후 이룩한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산수화의 명인」답게 풍광이 수려한 이 땅의 명산은 거의 그의 화폭에 담았다.
『아름답다 못해 신비롭기까지 한 우리나라 산야를 좇아 다니며 여기까지 왔지만 그림은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화백은 여러해 전부터 심한 시력장애 속에서도 작품에 대한 열정을 쏟아내 계속 대작에 손대고 있다.
『건강이 허락한다면 희수(정세)땐 회고전도 갖고 화집도 내고 싶어요』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사사하고 동경제국미술학교를 수학한 그는 선전에 특선(2회) 및 수상 (2회) 한 후 47년 이화여대교수로 부임, 77년까지 재직했다. 국민훈장 동백장과 예술원상등을 수여받고 현재 예술원 회원. 이어 장욱진 화백 (70) 초대전이 23일부터 6월2일까지 두손갤러리에서 열린다 ((742)6726).
장 화백의 63년 덕소시절로 부터 명륜동 관각당, 수안보시절을 거쳐 현재 신갈시절에 이르기까지의 대표작 70여점을 전시, 노대가의 작품세계가 아떻게 변해왔는가를 한눈에 보여줄 예정이다. 화집도 함께 발간된다.
장화백은 한국적 서정과 동양정신을 바탕으로 서구의 예술사조에 흔들리지 않는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했다. 그의 예술세계는 아무런 욕심없이 세상과 자연을 대할 때 비로소 얻어낼 수 있는 천진무구함과 무궁한 자연의 묘리를 형상화시키는 작업이다.
동경 제국미술학교 출신인 그는 60년 서울대교수를 사직, 예술외적인 지위를 모두 버리고 작품활동에 매진함으로써 「작품으로만 말하는」 작가가 됐다.
5월의 싱그러운 햇살 속에 재조명되는 노대가들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한국미술사에 어떻게 위치지워질지 주목된다.

<이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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