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건강한 보수로 재편” 안희정 “낡은 정치 탄핵”

여야의 주요 대선주자들도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가결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여권 주자들은 착잡한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가짜 보수 청산’ 등 보수 개혁을 다짐한 반면 야권 주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내놓아 대비를 이뤘다.

남경필 “진박들 정계 은퇴를”
이재명 “부패 세력 청산 출발”

이날 국회 탄핵 표결에 참석했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가 문제다. 헌정질서를 지켜 가면서 정치혁명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짧게 말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국민이 거꾸로 가던 민주주의 역사의 시곗바늘을 멈춰 세웠다”고 평가한 뒤 “구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남 지사는 “그 첫걸음은 정치 청산이다. 서청원 의원으로 대표되는 ‘진박’들은 정계에서 은퇴하고, 새누리당 해체에서 시작하자”며 친박 의원들의 퇴장을 요구했다.

원희룡(左), 안희정(右)

원희룡 제주지사도 성명을 통해 “오늘의 결과는 새누리당, 우리 스스로를 국민이 탄핵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오늘 죽음으로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득권과 권력에 편승하는 수구주의에 기대어 헌법을 등한시했던 과거의 잘못된 길을 벗어나 대한민국의 건강한 보수로 거듭나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엄중한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며 “국회는 국정 운영의 한 축으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완전히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측 대선주자들은 탄핵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각종 사회 혁신과 구체제의 청산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도 요구했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탄핵 가결 직후 성명을 내고 “국민의 힘으로 능선 하나를 넘었다”며 “대통령의 탄핵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대통령은 모든 걸 내려놓고 국민의 뜻을 받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즉각 하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뿌리까지 썩은 이 나라 부패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은 이제부터이며 국가의 운명이 부패 체제 청산 여부에 달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탄핵 의결은 ‘국민명예혁명’의 승리이지만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며 “99대 1의 불평등 사회, 청와대·재벌 등 1%의 낡은 기득권 체제를 혁파하고 국민 권력 시대,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새누리당과 뿌리인 재벌 체제에 대한 탄핵이며 친일 독재 부패 세력에 대한 전면적 청산의 출발이자 대한민국 구체제의 종언”이라며 “불평등과 불공정의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국민은 헌법을 유리한 대통령뿐 아니라 낡은 정치를 통째로 탄핵했다. 탄핵은 시대 교체의 첫날로 만들라는 명령”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민주당 전 고문은 “탄핵 이전의 대한민국과 이후의 대한민국은 달라져야 한다”며 “구체제의 낡은 판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신체제의 새판을 짜자”고 제안했다.

유성운·박유미 기자 pirat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