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에서는…지능화하는 교내외 금품갈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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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야 임마, 빨리 들어가』『붤 꾸물거려, 맛좀 보고싶어』
지난 3월4일 낮12시50분 서울강북의 A중학교 1학년 화장실 앞.
이 학교 3학년 K군(15)등 2명이 1학년학생 5명을 화장실로 몰아넣었다.
이틀전 입학한 C군(13)등은 국민학교에서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에 어쩔줄 모르고 당황 하다가 화장실 안으로 밀려들어가 주머니에 갖고있던 버스토큰과 동전을 모두 털어놓았다.
K군 등은 이튿날도 같은 방법으로 갓 들어온 후배들의 돈을 빼앗으려다 C군 등의 부모로부터 항의전화를 받은 교사들에게 적발됐다. 교사들은 이들이 평소 공부도 제법하고 말썽을 부린 일이 없는 모범생들이었다는 점에서 새삼 놀랐다.
학교를 벗어나면 그러나 이 정도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훨씬 지능적이고 험한 수법으로 걸핏하면 당한다.
지난달 14일 하오2시쯤 서울신사동 주택가골목길.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P군(14·B중2년)을 미행하던 10대 2명이 빠른 걸음으로 접근했다.
『고개 돌리지마. 말 안들으면 그어버리겠어. 』
P군의 눈앞에 날카로운 면도날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긴 얘기는 시간낭비겠지. 있는대로 내놔. 』
P군이 주머니에 손을 넣어 1천원짜리 지폐 1장을 꺼내주자 옆구리에 주먹이 들어왔다.
『어, 이 자식이 골 굴리네. 아까 오락실에서 거스른 돈9천원 모두 내놓으란 말야』
P군은 어물어물하다가는 결국 돈은 돈대로 뺏기고 뭇매까지 맞는다는 친구들의 말을 떠올리고 주머니를 털어 갖고있던 돈을 모두 내줬다.
학기초에 흔히 있는 일이다. 참고서구입 등을 위해 현금을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 중학생들은 특히 대항능력이나 경계심이 상대적으로 적고, 불량청소년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면서 곧잘 범행대상이 되곤 한다.
부유층이 많은 강남이나 야산과 공터가 많은 신흥개발지역의 학교 주변.
「교육정보 제8학군」지의 최근 (87년1월) 조사에 따르면 서울강남지역 중학교 남학생은 58·3%, 여학생은 18·4%가 길에서 불량배에게 돈이나 울건을 빼앗긴 일이 있다.
또 사회정화위원회가 지난해 5월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서울의 남녀중·고생 42·6%가학교주변 불량배들에게 피해를 보았다.
중학생들을 대상으로한 금품갈취수법도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범행대상을 찾기 위해 전자오락실·롤러스케이트장·만화가게 등에서 잔돈을 바꾸는 것까지 확인한 뒤 뒤쫓아가 빼앗는가하면,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뒤쪽에서 접근해 땅바닥에 엎드리게 한뒤 주머니나 가방을 터는 수법까지 쓴다.
귀가길은 물론 등교길에서조차 돈을 뺏고 마스크를 쓰고 자전거나 오토바이 등으로 기동력을 발휘하는 일도 있다. 등교하면서 아예 5백원 내지 1천원씩의 비상금을 준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학교주변의 불량청소년은 보통 2∼4명씩 몰려다닌다. 범행중 행인이 지나가면 친구로 위장하기 위해 어깨를 끼거나 웃음을 강요하기도 한다. 피해학생과 학부모들은 보복이 두려워 학교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을 기피한다.
『등·하교 지도를 철저히 해야합니다. 대부분 학교주변을 무대로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새학기면 학교는 교내의 으슥한 곳을 철저히 감시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눈이 닿지않는데가 있으면 안됩니다. 』
학부모 이두례씨 (서울잠실동86)는 『어린 학생에게 「등교공포증」같은 벽리현상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도 학교와 학부모가 협력하여 어린이를 공포로부터 보호해야한다』고 말했다.

<이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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