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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갤러가 해냈다'…김기춘 위증 영상 찾아내 증언 번복시킨 일등공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한사코 최순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6시간만에 말을 바꿨다.

김 전 실장은 7일 밤 10시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순실 관련 설명이 나오는 과거 영상을 제시하자 "최순실이란 이름은 이제 보니까 내가 못들었다고 말할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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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김 전 실장은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를 보도한 뒤에야 이름을 알았다며 관련설을 계속 부인해왔다.

김 전 실장의 증언 번복을 이끌어낸 건 '네티즌수사대'의 정보력과 박 의원과의 실시간 정보 교류 덕분이었다.

이날 밤 9시쯤 박영선 의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한 누리꾼의 제보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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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을 들어본 적도 없고 모른다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진술이 위증이란 증거를 담은 유튜브 영상 주소가 메시지에 들어있었다.

영상은 2007년 7월 19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검증 청문회를 녹화한 것이었다.

약 19분의 이 영상은 한나라당 안팎에서 선임된 청문위원들이 박 후보를 검증하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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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최태민, 최순실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됐다.

박근혜 당시 예비후보와 최태민씨의 약혼설에 대한 검증 과정에서 최씨의 딸인 최순실을 조사했고, 최순실의 재산 취득 과정을 집중 조사했다는 언급이 나온다.

그런데 방청석 맨 앞자리에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앉아서 자료를 살펴보는 장면이 포착됐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박근혜 캠프의 지도부로 유정복ㆍ한선교ㆍ홍사덕 의원, 강신욱 전 대법관 등과 함께 박 후보의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당시 박근혜 캠프의 선거대책부위원장이자 법률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박 후보의 청문회 전략을 세우는 핵심멤버였다.

최순실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다던 김 전 실장이 이미 9년 전 최순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증거다.

정보를 받은 박 의원은 재빨리 해당 영상을 찾아내고 김 전 실장의 얼굴이 담긴 장면을 뽑아냈다.

제보를 받은지 불과 한 시간도 안 돼 박 의원은 김 전 실장을 추궁했고, 증언 번복을 이끌어냈다.

이날 일관된 표정과 음성으로 ‘모른다’를 연발했던 김 전 실장은 처음으로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자리에서 들썩거리며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이 생중계로 국민들에게 전달됐다.

영상을 찾아낸 것은 주인공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들의 주식갤러리 유저들이다.

청문회 생중계를 보던 누리꾼들이 증인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 논리를 즉석에서 찾아내 청문위원들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했다.

주식갤러리의 정보수집력은 온라인에서 명성이 자자하다.

그래서 '주식 빼고 다 잘하는 주갤러'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IT 정보망과 누리꾼들의 집단지성이 결합해 힘을 발휘한 것이다.

한편 손혜원 의원도 이날 오후 청문회 도중 "방금 중요한 인물에 대한 새 제보를 받았다"며 독일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보호하고 있다는 박모씨와 최씨 일가의 재산을 관리해온 문모씨를 특검에서 조사해 달라고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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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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