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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패배의식을 걷어낸 '미스 오리건' 알레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자프로배구 KGC 인삼공사가 뿌리깊은 패배의식을 걷어냈다. 그 중심에서 외국인 공격수 알레나 버그스마(26·미국)가 있다.

인삼공사는 6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GS칼텍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0(25-20, 25-17, 25-22)으로 완승을 거뒀다. 3연승을 달린 인삼공사는 4위(6승5패·승점17)를 유지했다. 알레나는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30점(공격 성공률 50%)을 올렸다. 1세트에서만 무려 10점을 몰아쳤다. 22-20에서 장기인 오픈 공격으로 내리 3점을 올려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에도 8점, 3세트에도 12점을 올리는 등 3세트 내내 꾸준한 모습을 보여줬다.

인삼공사는 최근 두 시즌 동안 최하위에 그쳤다. 2014~2015 시즌에는 8승22패, 지난 시즌에 7승23패로 10승도 채우지 못했다. 선수들은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지만 올 시즌 서남원 감독이 부임하고 팀을 재정비했다. 여자 고교 배구팀이나 남자중학교 배구팀과 연습 경기를 하며 선수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려고 노력했다. 서 감독은 "연습 때 못하는 것을 질책하기 보다는 잘하는 부분에 대해서 칭찬을 많이 했다"고 전했다.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던 인삼공사는 지난 8월 시즌 개막 전에 위기에 봉착했다. 야심차게 뽑은 외국인 선수 서맨사 미들본이 개인 사정으로 이탈했다. 서 감독이 선택한 건 알레나였다. 브라질·태국·중국 등 다양한 해외 리그를 경험한 알레나는 트라이아웃에서는 저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여자프로배구 처음으로 시행된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참가했지만 어느 구단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주한 미군 출신인 할아버지 영향으로 한국을 좋아하는 알레나는 올해도 이력서를 냈지만 역시나 6개 구단 감독들에게 외면당했다. 알레나가 한국행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일까. 알레나는 미들본의 대체 선수로 들어와 기대 이상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서 감독은 "알레나가 이렇게 잘해줄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볼이 들쭉날쭉 날아와도 볼 처리를 아주 잘해주고 있다"며 좋아했다. 키 1m90㎝인 알레나는 현재 득점 2위(333점)를 달리고 있다.

알레나는 시즌 개막 전부터 특이한 이력으로 주목 받았다. 아름다운 외모와 쭉 뻗은 몸매인 알레나는 지난 2012년 미스 USA 선발 대회에서 '미스 오리건'이 됐다. 외모로 주목받기 보다 실력으로 알려지고 싶었던 알레나는 한국 배구에 적응하면서 마음껏 재능을 뽐내고 있다. 알레나는 이날 경기 후 "트라이아웃에서 두 번이나 외면당해 한국행이 결정됐을 때 정말 기뻤다. 한국에서 반드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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