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년 서울은 클래식 '호화판'…관전 포인트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내년 서울은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들의 집합소가 된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 런던 심포니,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등 세계 각국의 넘버 원 오케스트라 내한이 예정돼 있다.

유례없는 ‘호화판’이다. 장기 불황, 김영란법 등이 무색할 정도다. 한 공연기획자는 “몇 년 전부터 계획돼 있던 공연들이 그대로 실행되는 것”이라며 “한국 공연장의 마지막 잔치가 될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톱 오케스트라들의 개런티를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기업 후원을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고, 김영란법으로 티켓 판매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 1: 오케스트라들의 마지막 성찬?=사이먼 래틀의 베를린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내년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상임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은 2002년 취임 후 네 번 내한했다.

2018년엔 러시아 태생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에게 베를린필의 지휘봉을 넘겨준다. 페트렌코와 베를린필이 한국에 들어오는 건 2020년 이후나 되야 할 것으로 보인다.

래틀은 마지막 세계 투어란 점을 의식한 듯, 프로그램을 보다 대중적으로 기획했다. 우선 세계적으로 인기 많은 피아니스트 랑랑을 협연자로 선정했다. 런던의 로열알버트홀(5300석)이 48시간 만에 매진되는 수퍼스타다.

그동안 베를린필은 대부분 협연자 없이 오케스트라 곡으로만 내한 프로그램을 정해왔다. 그간의 베를린필 협연자는 악단의 호른 수석, 바이올린 악장 정도였다. 이번엔 랑랑과 바르토크의 협주곡 2번을 연주한다. 랑랑을 인기있게 한 바로 그 스타일, 즉 화려하고 거침없는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 곡이다. 래틀은 랑랑을 두고 “무시무시하게 정확하게 연주하면서 음악을 춤추게 하고 이야기하게 하는 연주자가 랑랑 말고 누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한 바 있다.

(래틀과 랑랑이 녹음한 바르토크 협주곡 2번. 내년 내한에서도 연주할 곡이다.)

◇관전 포인트 2: 11월의 격돌=네덜란드의 명문 오케스트라인 로열 콘세르트헤보우 오케스트라(RCO)가 베를린필 공연 사흘 전 내한한다. 베를린필이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오케스트라라면 RCO는 음악 애호가들이 믿고 듣는 악단이다. 2007년 영국 그라모폰지가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베를린필보다 높은 1위로 낙점한 후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유의 고급스러운 음향, 특히 금관악기들의 흠잡을 데 없는 기량은 오케스트라 연주를 실연(實演)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알려준다. 이번 내한에서는 올해 취임한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가 브람스 교향곡 1번, 말러 교향곡 4번을 들려준다. 정통 오케스트라 작품으로 승부한다. 화려한 레퍼토리를 선택한 베를린필과 비교해볼만하다.

(가티가 지휘하는 브람스 교향곡. 내년에 한국에서 연주할 브람스를 예상해볼 수 있다.)

◇관전 포인트 3: 세계 지휘자들의 향방=새로운 지휘자들이 한국을 찾는다. 2018년부터 베를린필을 맡게 되는 키릴 페트렌코가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한다. 그동안 주로 오페라에서 강점을 보였던 지휘자다. 지난해 베를린필 지휘자로 낙점될 때도 많은 이가 예상하지 못했던 후보였다. 그러나 베를린필 단원들은 당시 “처음 함께 연주해보고 언제 또 같이 연주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만든 지휘자”라고 발표했다. 단원들과 관계가 좋고 꼼꼼하게 음악을 만드는 페트렌코는 말러 교향곡 5번을 내한 공연 연주곡으로 골랐다.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고 있는 지휘자의 실력을 한국에서도 볼 기회다. 올해부터 RCO를 이끌고 있는 다니엘레 가티의 무대 또한 새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을 보여줄 듯하다.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베를린필. 페트렌코는 2018년 베를린필에 정식 취임힌다.)

◇관전 포인트 4: 스타들=클래식계의 스타들도 무대를 채운다.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베토벤 소나타 32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한 지 내년이 꼭 10년째다. 기념 무대가 다시 한번 마련된다. 현재 서울 예술의전당에는 내년 9월 6차례에 걸쳐 백건우 독주회가 예정돼 있다. 9월 3~10일 중 이틀만 빠진 일정이다. 2007년에 이어 또한번 베토벤 릴레이 대장정을 보여줄지 기대할 만하다. 이 밖에도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 테러 호세 카레라스,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먼 등 스타 독주자들이 공연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도 조명을 받는다. 작곡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많은 공연도 열릴 예정이며 작곡가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볼 수 있다.

[자료 각 공연장 홈페이지, 공연기획사]

[자료 각 공연장 홈페이지, 공연기획사]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