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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가 불안하다|계속되는 달러 폭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달러화 시세가 계속 폭락을 거듭해 이제는 세계경제에 불안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선진국들이 미달러, 일 엔화등 주요통화의 환율안정에 노력하기로 누누이 다짐하고 있는데도 「엔고불저」 현상은 여전하다. 이런 추세로 환율불안이 계속되면 세계경제는 크게 흔들릴 우려마저 있다.
달러화 시세는 올해들어 계속 하락, 일본 엔화에 대해 지난1월5일1백60엔, 1월19일에 1백50엔선이 붕괴되었다가 약간 반등한듯 했으나 3월23일 다시 1백50엔선이 깨진후 4월24일에는 1백40엔대를 돌파하여 1백30엔대 선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2월에 주요 선진국들 (G6)은 파리회담에서 적정 달러환율 수준 (1달러=1백50∼1백60엔)을 유지하는데 노력키로 합의하고 4월8일에는 워싱턴 선진국회담 (G7)에서 이를 다시 확인했는데도 무위로 끝나고 달러 급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서독의 마르크, 불의 프랑화등 나머지 주요통화에 대해서도 달러시세는 같은 추세다.
최근 달러시세 급락을 놓고 주원인을 지난 1·4분기의 미국경제성장 내용이 안좋고 미국경제 전망이 흐리던 차에 미국의 당국자 「야이터」(미통상대표부대표)가 달러 하락지지발언을 한 때문으로 풀이하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는 최근 달러급락 사태원인을 정확히 설명해 준다고는 볼수 없다. 미국경제 전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가능한 일이었고 달러 시세와 관련한 정책당국자들의 언급은 자주 있는 일로서 일시적으로 달러시세에 영향을 미칠 뿐이다.
보다 근본적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계산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선진국들이 통화회의를 자주 열지만 환율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나머지 선진국들은 들러리이고 미일 두나라가 각각 속셈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해야 한다.
지난 85년 9월 「불고 엔저」에서 「엔고 불저」로 주요 통화시세 정책기조를 전환한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축소등 주로 미국경제 회복을 겨냥한것이었다. 그후 지금까지 20여개월에 걸쳐 달러화는 하락커브를 그리고 있으나 미국경제는 무역적자문제를 포함, 별로 나아진게 없다.
그러나 엔고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무역흑자를 누려면서 일본은 미일간을 포함, 세계 무역불균형 시정노력에 별 성의를 안보이고 있다. 미국은 일본을 상대로 보호주의를 강화하면서 계속 불저 환율 정책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내수확대, 시장개방, 대미수입 확대등의 무성의에 반발하여 미국은 일본측에서 최후의 마지노선으로 보는 1백40엔선 돌파를 방치한 것으로 볼수 있다.
일본도 달러 급락사태가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경제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기때문에 미국이 앞장서 멀지않아 급락방지에 나서리라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나친 「엔고 불저」는 세계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역작용도있어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달러화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 인플레가 재연될 우려가 많다. 이로인해 고금리 시대를 맞게될 것이고 미국 경기도 위축되어 세계경제에 충격을 주게될 것이다.
일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일부 금리가 오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금, 은과 일부 원자재 가격은 오름세에 있다. 환율불안과 직접 관계가 있는것이다. 달러·엔환율 불안은 미일의 긴밀한 협조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그런 뜻에서 「나카소네」 수상의 4월말 방미가 주목된다. 주요 통화의 환율변동이 우리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우리도 환율압력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국제환율 조정추이를 예의 주시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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